“선교사 가장한 장사꾼”이라니…
“선교사 가장한 장사꾼”이라니…
  • cwmonitor
  • 승인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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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신학교 가운 입고 졸업한 사실이 부끄럽다. 예수 믿으라고 전도도 안 했다. 한마디로 부끄럽다.”
6월 끝 주일, 서울에 소재를 둔 한 교회의 담임목사가 당 교회 강단에서 설교한 내용 중의 일부분이다. 고 김선일씨 죽음에 관한 견해를 피력한 대목이다. 담임인 모목사는 “동정심은 한국이 1등이다. 그는 일개 돈벌이하러 간 사람에 불과하다. 단지 국제정치의 휘말려 희생된 것 뿐”이라고 덧붙이면서 “만일 신자가 잡히게 되면 ‘예수 믿으라 그리하면… 구원을 얻으리라’ 죽기 전에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것이 선교고, 신자의 도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6월은 갔다. “제발! 제발! 살려달라. 나는 살고싶다” 그 울부짖음이 온 국민의 숨을 조이게 했던 6월. 비통함과 울분이 뒤범벅이 된 그날의 슬픔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만, 6월의 끝자락은 그렇게 갔다. 두 눈을 천으로 칭칭 감기고, 포박 한 채 꿇어앉은 한 젊은이의 왜소한 몸 떨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도대체 전쟁과 이념이 무엇이기에, 종교가 무엇이기에, 인간으로서 인간의 잔혹한 행위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게도 가슴은 뜀박질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다.

잠시 휴가를 내 고국 땅을 밟으면 자장면을 배 터지게 먹고 싶다던 청년, 모아 논 돈으로 아버지 고희연을 거나하게 해드리고 싶다했던 그 아들은 끝내 죽음으로 전쟁의 이국땅 이름 모를 외진 길바닥에 내 팽개쳐 졌다.

총과 장검을 찬 테러리스트들을 뒤로하고 꿇고 앉아 있었던 그 상황에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선교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먼 이국땅에서 가난을 해결하고 체험과 경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같이 빠르게 지나갔을 것이다. 늦깎이 대학생의 티를 막 벗어난 그의 꿈은 오직 선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아랍어를 전공해서 이슬람, 중동 국가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게 소원이었다.

말수가 적고, 숫기마저 없었던 그의 순진성이 유달리 어린이를 좋아하게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막 피어날려 했던 그의 꿈은 30대 중반에서 접어야만 했다. 공포에 휩싸인 이 절박한 순간에 그가 떠올린 건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뿐 이였을 거다. “오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라고 절규했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길은 우리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기에 그가 결코 떠났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순간에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 말하고 죽어야 한다”라고 강단에서 설교한 모목사는 “그런 상황에서 물론 방송 상 원하는 내용만 방송으로 내보낼 수도 있겠지만, ‘이거 짤리나 저거 짤리나 짤리는 것이 인생이다. 막 가는 것’”이라고 말해 성도들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 주가 지난 첫 주일, 강단에 선 모목사는 설교 중 고 김선일씨 죽음에서 뜬금없이 순교라는 명분에 잣대를 제시했다. 순교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 그는 요한계시록 6장의 예를 들어가며 “기독교 역사상 순교자의 모습은 자기의 생명을 구차하게 애걸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라고 지적 했다. 국가의 담보로 저질러진 한 젊은이의 피살을 두고 순교니, 순교가 아니니 하는 논란이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는 이런 논란보다는 이 죽음이 헛되게, 값싸게 되어지질 않길 바랄뿐이다.

하지만 모목사는 그의 죽음을 대하면서 “참 기절초풍한 노릇이다. 무슨 명복을 빌어. 천당 갔으면 복 다 받는데 또 뭘 빌게 있냐. 천당 가면 주님이 직접 상대하니까 우리가 복을 빌 수가 없다. 깨닫기 바란다. 명복을 빌기는 뭐로 빌어. 좌우간 예수쟁이들 웃기는 사람 많다”면서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말을 하는 자체가 미안합니다만, 내가 여러분의 교회목사이고, 내가 여러분의 영혼을 관리하도록 하나님으로부터 파송 받은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척박한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젊은 한 예비선교사의 꿈은 사라졌다. 이 땅에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갈망했던 고 김선일씨의 고귀한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는 약소국가의 무조건적 희생을 원치 않는다. 제2의 김선일이 나와서도 안 된다.

우리는 악을 선으로 대하고 평화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 죽음을 추모하고 슬퍼한다. 이웃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고, 이 나라의 슬픔이 곧 우리의 슬픔이라는 백의민족의 심성을 우리는 갖고 있다. 이분법적인 논리로 천당 갔으면 그만이지, 뭐 슬퍼하는지 모르겠다는 모목사의 설교에 낯이 뜨겁다. 신성한 강단에서 열변을 토하는 설교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서울에 소재를 둔 한 교회에서 신앙심을 키워오면서 중동선교의 꿈을 갖고, 먼 타국 땅에 몸을 던진 아름다운 청년, 고 김선일씨를 우리는 기억할 뿐이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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