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저 첫째 딸 예원이에요. 잘 지내시죠?
저 기숙사에서 친구들이랑 공부 열심히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약 17년이 되었어요. 저를 보는 엄마의 기분은 어떨까 상상도 안 돼요. 지금부터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속마음을 말하려고 해요. 예전에 초등학교 때 엄마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 엄마가 제일 젊고 이뻤거든요. 요즘 들어서 엄마가 취향도 뭔가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해요. 그래도 제가 잘 꾸며드릴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할머니 만들어 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동생이 3명이라 많잖아요. 예전에 엄청 싫어했어요. 왜 엄마아빠는 돈도 많이 없는데 동생을 많이 낳나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예전엔 그냥 동생과 싸우고 그랬는데, 항상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하나인 자매랑 친구처럼 된다고, 좋다고 들었었는데 요즘 정말 친구처럼 막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키가 커서 그런가요? 아무튼 완벽한 내 편이 있는 것 같아서 든든해요.
‘엄마’하고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감사가 아니라 미안함, 죄송함이 큰 것 같아요. 감사함이 생각나야 하는데. 항상 감사함이 먼저 생각나도록 할게요. 엄마 저 학교에서 기도회 꼬박꼬박 나가서 회개하고 있어요. 근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알 때까지 기도해보려고요. 매번 느끼는 건데, 엄마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엄마가 학창시절에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을 것이잖아요, 심지어 매우 좋은 학교에 영문학과를 나왔는데, 저희 키우시려고 다니시던 직장도 그만두시고 애초에 목사님이라는 순탄하지 않은 삶을 아빠랑 같이 사시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결혼하신 거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엄마가 저번에 혼자 공부하셔서 고려사이버대학교 들어가신 거 너무 자랑스럽고 보기 좋았어요. ‘이제야 엄마를 좀 내려놓고 윤재영의 삶을 사는구나’ 했어요.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요즘 엄마랑 아빠가 늙어간다는 것이 느껴져요. 몸도 하나씩 하나씩 아파서 속상해요. 물론 살 날이 아주 아주 많지만요. 엄마, 나는 엄마 없는 것이 상상도 하기 싫은데 어쩌죠. 엄마는 어떻게 외할머니를 보내셨어요. 그때 제가 조금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위로해드렸을 텐데. 아직도 엄마가 거실에 혼자 앉아서 울고 계셨던 것이 생각나요. 저는 곧 이제 3년이면 어른이 되어서 떠나겠지만 의찬이는 아직 12년 남았으니까 저 사회 진출해서 용돈 보내드릴게요.
제가 항상 학교에서나 다른 데에서 버킷리스트를 쓰라고 하면 빼먹지 않는 하나가 부모님 단둘이 여행 보내드리기이에요. 두 분이서 제대로 여행 한번 안 가셨다면서요. 첫째로서 보내드리고 싶네요. 얼른 우리 다 커서 엄마아빠가 인생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돈 걱정 더 이상 하지 않고 진짜 열심히 효도 할 테니까 아빠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 하시고 엄마도 너무 집안에 있지 말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승질도 내고 화내는 철부지 딸이지만 이렇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해봤어요. 엄마 울지 마세요. 저도 감동인거 알아요^^ 이상 첫째 딸 예원이는 들어갈게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