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공개석상에 나서 발언을 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당은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느냐"고 맹폭했으나 야당은 "권력형 비리 잡는 기개를 보여달라"고 박수를 보냈다.
윤 총장은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검사는 언제나 헌법적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떤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발언이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비판 대열에는 8·29 전당대회에 출마한 의원들이 앞장섰다.
당권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요구인 검찰개혁을 검찰 수장이 나서서 독재, 전체주의로 폄훼하려 한다면 이는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의 민주적 소통과 평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공수처 설치 및 정착, 감찰 실질화, 의사결정의 투명화 등을 통해 민주적 견제를 받아 내부를 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총장, 임명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이기려 하느냐"며 "임명권자 위에 서려는 검찰총장을 보며 검찰이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써 작용해왔던 모습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한다면 그건 검찰총장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 스스로 온 몸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현실이 '웃플' 뿐이다. 검찰총장 역할이 아닌 검찰 정치를 하고 싶다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하시라"고 힐난했다.
역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 부르짖는 법의 공평과 정의가 참된 건지 아닌지를 알려면 그 법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절친한 지인들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윤 총장이 과연 자신 있게 난 그랬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윤 총장이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말한 데 대해선 "오히려 이 물음은 자신을 향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힐난했다.
강병원 의원은 윤 총장이 '독재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며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틀에 정부와 여당을 가둬 비난하는 데 골몰하고 이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백척간두에 섰다며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강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독재와 전체주의로 규정하며 주작부언하는 세력이 있다는 건 우리 정치의 커다란 불행"이라고 밝혔다.
김용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은 검찰독재가 문제"라며 "민주주의는 국민이 지키니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라.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사건조작하는 잘못은 뿌리뽑겠다"고 적었다.
유기홍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정작 이는 윤 총장 본인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독재란 무엇이냐.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검찰권의 남용에서 독재의 그림자를 보았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윤 총장은 절차와 내용 모두 정당한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법적 근거도 없는 검사장회의를 열어 항명하려 시도했다"며 "독재와 전체주의는 검찰권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하고 검찰의 집단항명을 이끌려 한 윤석열 총장 본인의 자화상일 뿐"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이 이미 정치인이 됐다고도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은 "이제는 정치인이 돼버린 윤 총장이 신임 검사들에게 한 말이 예상대로 화제가 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이뤄진다'고 윤 총장이 언급한데 대해서는 "좀 많이 유감스럽다. 그 과감한 발상이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지배하는 건 오직 양심이고 사회를 지배하는 건 상식"이라며 "더욱이 과히 공평무사하지도 못한 자기 자신을 법의 구현자이거나 법 자체로 혼동하는 분들이 그런 말을 쓰게 되면 더더욱 위험스럽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징계하라!"며 "윤석열은 자신이 정치검찰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대놓고 미통당의 검찰임을 선언했다"고 공세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윤 총장의 발언을 환영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 본연의 임무는 '파사현정'으로, 사악함을 깨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이라며 여당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특히 정의도 바늘도둑 잡는 게 검찰이 할 일이 아니라 권력형 비리를 잡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라며 "민주적으로 치러져야 될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청와대 전 관계자들과 거대 여당 의원직을 이용해 임금 체불까지 하는 사례들, 막대한 부를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하려는 시도들, 역사적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도우려는 국민 선의를 이용해 기부금을 횡령하는 의혹 사건들이 진행되는데 검찰 수사가 중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총장을 향한 정부와 여당의 흔들기와 공격 때문이었는데 윤 총장이 다시 그런 기개를 초임 검사들에게 보여주어서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윤 총장의 의지가 진심이 되려면 조국, 송철호, 윤미향, 라임, 옵티머스 등 살아있는 권력에 숨죽였던 수사를 다시 깨우고 되살려야 한다"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칙과 상식이 반갑게 들린 시대의 어둠을 우리도 함께 걷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또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이 신임 검사들에게 던진 메시지가 묵직하다"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주주의가 법의 지배라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원 지사는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다. 그건 독재와 전체주의자의 전매특허"라며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가 싸우는 적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윤 총장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누가 헌법주의자인지, 누가 민주주의자인지, 누가 법치주의자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