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말잔치
공허한 말잔치
  • cwmonitor
  • 승인 2004.07.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이하 예장연)가 펴낸 ‘전통과 이단’이라는 책자가 몇몇 특정교단에게 이단을 해금시키고,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엉터리 서적이라는 주장이 제기했다.

120개 교단을 대표해서 발간된 책이라지만, 저자나 출처가 불분명한 서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온서적의 딱지를 붙인 셈이다. 불순한 의도로 발간된 책이라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며 딴 죽을 걸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떤 판세로 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이에 맞설 예장연의 작전 시나리오는 어떻게 전개될지, 역시 관심을 끌면서 흥미를 더해준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책이 발간 된지 3주일이 지난 요사이 한기총은 그 동안 철저한 분석과 검증을 토대로 확인이라도 한 듯 성명서라는 최종 결과물을 들고, 사전에 계획한대로 작전을 개시했다. 집중공격이었다. 이단대책위원회, 대 교단 이단연구가, 친여 언론 등을 통해 각자 총공세를 펼치도록 독려하면서 승승장구의 깃발을 올렸다. 이런 갑작스런 공격에 수세로 몰려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예장연측은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배포, 역공세를 취했다. 책 내용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본질적인 문제의 답을 요구했다.

과연 두 기관이 벌인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지금 판세로 진단해보면 양쪽 다 팽팽한 접전의 백중세를 띠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겠다.
한기총은 얼마 전 예장연에서 발간한 이 책자(전통과 이단)가 성경과 신학적인면에서 볼 때 오류투성이고 크게 위배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잇따라 K교단측 한 이단연구가는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는 동요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그 동안의 규정들이 각 교단의 건전한 신학적 입장에서 연구되고 규정된 것이므로 재 연구해서 발표될 때까지는 유효의 변동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단설 시비에 연루돼 이단 사이비로 규정된 단체가 이단해체를 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히면서 이것은 한번 이단으로 규정되면 이단성의 습성을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이단사이비라는 낙인이 찍힌 모교회 A목사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도 한쪽에서는 사이비성을 운운하고 있지만, 대교단을 자처하는 모 교단에서 이단관련설을 풀어줬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 그 목회자는 정통의 뺏지를 달고 있지 않은가. 대교단측에서 정통교단으로 인정해 준 셈이니, 타 교단은 설령 이단판별이 틀렸다해도 힘의 논리에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 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이게 오늘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한번 이단으로 낙인 찍히면 영원히 이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 그의 말을 들어보면 때가 되어 검증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깊이 반성하면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과연 이게 보편타당한 제안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또 이 책자의 발간과 대비해서 한기총 이대위는 이단과 관련해서는 당 기관이 가장 신뢰할만한 이단연구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고, 아울러 이들은 한국 교회의 정통을 수호하는데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인물로 부각시켰다고 평할 수 있다. 남의 공적에 비방만 앞세우고 자성 없는 목소리는 일단 공격하여 기선부터 제압하고 보자는 저의가 깔려있다.

이어 대 교단의 한 관계자는 이 책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본 교단이 판정하는 이단규정은 전문적인 연구와 현장답사 등의 검증을 토대로 심사숙고하게 발표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 하면서 “이단 사이비로 규정된 당사자들이 잘못된 것을 시인하고 돌아오거나 행여, 본 교단에서 규정되었던 것 중에 잘못된 것이 발견될 경우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재검증을 통해서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된 책자가 면밀하게 검증한 흔적도 없고, 단지 문제된 단체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집필됐다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이번 조사는 내용 중에 비판보다는 질의대한 답변의 비중이 커 변론과 변명의 기회만 많이 할애 해준 꼴이되었다.

그러나 반대입장에서 이미 대교단에서 나온 이단에 관련된 책의 내용을 검토해보면 이단 당사자들의 변증과 변명의 기회는 축소되고 비판에 대한 목소리에 큰 비중을 주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이단을 풀어줄려고 하고 어떻게 하면 이단을 만들려고 한 흔적이, 두 기관이 발표한 내용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뒤질세라 친여 언론은 본질적인 문제 접근보다는 책의 출간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대대적인 비판을 가했다. 집필자로 알려진 상당수가 집필참여의 사실무근임을 주장했고, 또 집필한 기관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뿐 아니라 총괄책임자 또한 이단옹호 전력 등을 갖고 있다는 가십성기사로 흥미를 유발시켰다.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실체는 드러나고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세밀한 확인절차를 무시한 채 원색적인 비난으로 한기총에 힘을 실어준 일방적인 보도취지를 보였다.
무엇보다 각자의 기관이나 단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성없는 목소리와 약점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한기총은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검증을 통해서 오류를 지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레 짐작으로 오류가 있을 것이니 우선 색깔로 덧칠하면서 공격부터 했다. 또 기관에 몸담고 있는 이단연구가의 공적에 전적인 신뢰감을 주었다.
과거의 행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자기점검의 태도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지난날을 들추면 알려지지 않은 추한 일들이 많다. 이해관계로 얽힌 사건부터 개인적인 공과를 올리기 위한 행적들이 밝히지 않아도 알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이럼에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이단연구가의 개별 검증은 도외시 해왔다. 과연 이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는지 묻고 싶다.

예장연은 1년여의 긴 시간의 공을 들여 제작했다면, 좀 더 투명하게 작업했다는 배경을 자세하게 밝히고 한국교회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는 기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서로가 탁상공론을 할 게 아니라, 협력하여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신앙지침을 지킨다 하더라도, 원칙과 분별없이 밀어붙이는 힘의 논리라면 한국교회의 이단논쟁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jjk616@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