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가 출간한 ‘정통과 이단’이란 책자를 놓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장연은 이 책에 대해 “지금까지 신뢰할 수 없는 인사들이 믿을 수 없는 기준으로 이단을 만들어 왔다”며 “정당한 절차와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신뢰할 수 있는 검증을 한 연구서”라고 주장한 반면 한기총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한국교회에 이 책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예장연측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 한기총이 보도문을 통해 주장한

‘심각한 오류’가 문제였다. 도대체 뭐가 심각한 오류인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라는 것이다. 예장연측은 “한기총이 책자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서 그 결과를 발표해야지 일단 오류가 있다고 말해 놓고 나중에 대책위를 만들어 그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음해성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두 단체가 심한 신경전을 벌인 문제는 또 있다. 한기총은 “이번 책자는 이단으로 규정된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졌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에 대해 한기총은 “책 구성이 비판 내용보다 당사자의 입장과 답변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장연측은 “이단으로 규정할 때 당사자들의 입장보다 비판 내용이 훨씬 많았던 것은 억지로 이단으로 규정하려는 음모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결국 양쪽 말을 들어 보면 어느 한쪽은 편파적이고 어느 한쪽은 공평하다는 점이다. 이단규정은 당사자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래서 함부로 규정할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풍토에서는 이단규정이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이단 문제에 관하여 많은 잡음이 나돌았고 또 그 문제에 대한 신뢰성도 극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단 규정에 관한 한 철저한 객관적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 교권과 감정, 그리고 이권으로 이단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단을 심의하는 기구나 인사는 신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춰야 하며 한국교회에서 신뢰를 받을 만큼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내 뜻에 따르라’는 식의 이단 규정이 성행할 때 잡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예장연과 한기총과의 갈등은 이런 점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통과 이단’이란 책의 신뢰성을 분명히 하려면 한기총은 예장연이 제기한 오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공개토론에도 응해야 할 것이다.

한기총이 주장한대로 예장연이 이단의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에서 이 책자를 발행했다고 한다면 이들 교단들은 이단과 한 통속이며 결과적으로 이단 옹호교단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예장연의 연구 결과가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기총은 기독교 연합기관으로서의 자격상실은 물론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서는 이단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단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