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교회에서 예배가 중단된 경험은 예배생활, 즉 신앙생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성찰을 요청한다. 많은 신자들이 처음 겪는 예배 중단 사태에 당황했지만 예배 중단이 신앙의 멈춤은 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신앙은 어떻게 실천돼야 할까? 부활절까지 집에서 TV로 시청해야 할 줄은 몰랐다. 4월 16일 주님 부활절에 신자석에는 드문드문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목사와 교인들의 모습만 보였다. 전국의 모든 교회에서도 신자들이 참례한 부활절 예배는 봉헌되지 못했다. 이미 공동체 예배가 중단된 지 한 달가량 됐던 시점이었다. 팬데믹(질병의 세계적 유행)의 위기가 종교 모임의 금지, 즉 예배 거행과 예배 집행의 중단으로 신자들은 신앙생활도 멈췄다고 느낄 만했다. 코로나19는 오랜 기간 신자들에게서 공동체 예배를 앗아갔다.
코로나는 우리 기독교에 큰 위기이다. 이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책이 나왔다. 한승진, <코로나와 기독교>(부크크, 289쪽). 본보 필진으로 활동하는 한승진 목사는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새로운 기회요, 변혁의 요청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앙생활’, 즉 ‘신앙으로 살아간다’라는 말을 근본적으로 재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모든 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합니다. 신앙생활에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즉, 신앙생활의 중심이 예배로부터 삶과 일상의 신앙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 온, 혹은 드러낸 새로운 일상, 즉 뉴 노멀의 시대에는 교리와 예배 영역으로부터 윤리의 실천과 기도 생활로 신앙생활의 중심이 이동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 교회가 지나치게 예배생활만 강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종교에서 제의(祭義)적 요소는 핵심이지만, 예배 자체가 원래 삶으로 확장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삶의 신앙생활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
한승진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배가 중단되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이 멈췄다고 느끼거나, 예배 없이 신앙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이런 현상을 보면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예배가 교회라는 물리적 장소 안에 갇힌 거룩한 행위로 그쳤다는 방증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예배 중심의 신앙생활이 갖는 한계성이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교회와 그곳에서 이뤄지는 예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예배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돼 버린 것입니다. ‘성전중심’에서 벗어나 예수님이 보여 주신 참 신앙, 곧 사람·현장·삶·생태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경험은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많은 무거운 도전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혀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기보다는 세계와 교회가 이미 품고 있던 문제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코로나 위기를 맞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학과 신앙을 정립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는데 이 책은 유용할 것이다.
한승진 목사는 공주대 윤리교육학과에서 “기독교효문화연구”로 교육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황등중학교 교목과 특수교사로 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예수찾기와 가르치기를 펼쳐왔다. 그의 책은 우수학술도서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바 있고 행정안전부장관상과 통일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