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기가 겁난다
전화받기가 겁난다
  • cwmonitor
  • 승인 2004.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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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전자우편 열어보는 것조차도 겁난다.
44년 된 기독교계 신문사가 맞느냐. 전통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취재거리가 아무리 없어도 그렇지 확인절차도 밟지 않고 막 실어도 되는 거냐. 꼭 신앙 없는 기자 같다는 등.
요즘 전화와 전자메일 때문에 곤혹스럽다. 좌불안석이지만 답장만은 잊지 않는다. 귀와 손이 아무리 바빠도 독자의 물음에 일일이 답변해주고, 독자의 고견이나 질타 등에 고마움을 표한다. 관심과 애정이 묻어있기에 신문제작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독자의 문의에 귀 기울이다보면 고마움보다 감정 섞인 고성이 오갈 때가 간혹 있다. 이러다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 내 부덕의 소치로 돌리지만 죄송스런 마음은 쉽게 갈앉힐 않는다. 예의 잃은 말투와 태도를 탓하며 반성도 하지만, 북 받친 감정은 한동안 지속된다.
독자의 반응은 크게 전화와 전자메일로 나눠 나타난다. 전화는 요사이 ‘정통과 이단’이라는 책자에 대해서고, 전자우편은 시사와 맞물려 다룬 고발성 기사에 대해서다.

전자의 경우는 애초에 전통과 이단의 책자가 보도되기 전, 예수교장로회연합회라는 단체에서는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각 언론사에 대대적인 광고 게재 요청을 해왔다. 처음 본사에 답지된 이 책은 그 내용 면에서 한국교회의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기존의 이단으로 알고 있던 교회를 조사해본 결과, 이단성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는 충격적인 내용 등을 비롯해 이단으로 판명됐던 교단 교회의 해명성 글 등이 실려 있었다.

이러한 게 사실이라면 기사로서 큰 가치가 있었다. 십 수년 이단이라는 멍에에 씌워왔던 교회가 조사결과 특별한 이단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데 기독교계에서 이보다 더한 뉴스감이 또 있겠는가 싶었다. TOP감이었다. 그런데 광고를 내고 보도가 나간 얼마 후 돌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는 이 책의 문제성을 지적하면서 한국교회는 이 책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통보를 내보냈다. 나아가 이 단체와 집필자에 대해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책의 무용론을 펴면서 조사내용이나 검증자체를 크게 폄하시켰다. 연달아 감수자도 추천자도 옹색한 변명을 내세워 발뺌부터 하고 나섰으니, 이 책은 한마디로 오류투성이의 불온서적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낙인찍힌 셈이다.

책 내용을 근거로 이미 보도 한 신문사는 아무 것도 모르고 갑자기 된서리를 맞은 꼴이 되었다. 물론 확인절차를 무시한 점도 있지만, 이런 경우 대개가 어느 기관에서 무슨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면 으레 언론사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그대로 믿어왔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일들은 교회 목회자 지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이 일이 또 교계의 일반적인 정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책 광고를 한다는데 저자는 확실히 맞고, 이 책 내용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냐고 물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면 책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명실상부한 기관이고 1년 이상 신학자 목회자가 현장 답사를 거쳐 검증해서 만든 책자라 하는데 이걸 의심해서 일일이 확인한다는 게 되레 실례가 될 수 있다. 단체이름과 대표자 감수자가 알만한 인물인데 이것까지 의심하면서 꼭 뒷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겠는가.
독자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그대로 실을 수 있냐고 나름대로 볼멘소리를 낸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또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신문사의 입장은 이 책을 통해서라도 한국교회의 전통과 이단에 대해 새롭게 정립되기를 원했다. 기존의 이단판별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아니다. 혹 억울한 이단의 누명을 쓴 교단이나 교회가 있으면 공론화를 이끌어 재검증의 기회를 주자는데 의미를 두었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의 발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다. 이럼에도 독자의 반응은 일방적이었다. 벌써부터 책자에 나온 대로 해석해 그 교회(기존의 이단)의 광고를 맘 놓고 낼 수가 있냐는 등, 때론 엉뚱한 트집을 잡고 공격해 오기도 했다. 이 책에 빗대어 합리화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또 다른 독자는 오래 전에 이단으로 규정된 H교나 모 증인의 교단과 같은 선상에서 기사내용을 취급하려는 선입견을 보이기도 했다. 기존의 정통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나 교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이단으로 낙인 된 단체 교회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면을 통해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전통과이단’이라는 책자에 대한 진실게임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한기총은 성경적 신앙의 입장과 판단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본 기관에 이미 가맹된 교단이나 교회가 예장연에 속해 있으면 ‘이단옹호’라는 딱지를 붙이겠다고 으름장을 내놓고 있다. 조만간 사실과 진실여부가 밝혀지겠지만, 그에 앞서 이러한 일이 혹 힘의 논리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된다.

옹졸한 계산법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서 더 이상 한국교회 성도들의 혼란을 막아줘야 한다. 나아가 대립하고 있는 두 단체가 협력을 모색하여 한국교회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묘안도 짜내야 한다.

얼마 전 한 여성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최근에서야 신앙을 갖게 됐다고 말한 독자는 현재 출석하고 있는 모 교회가 이단교회냐고 물었다. 경남 마산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그 독자는 모교회에서는 책을 근거로 이단과 관련 없다고 말하고, 주위에서는 그 교회가 이단교회이니 조심하라고 말한다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 누구한테 상담해야 할지 몰라 신문사로 먼저 전화 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만 설명해주고 답은 줄 수가 없었다. 상담해 줄 목회자를 소개하는 것도 솔직히 꺼려했다. 죄송했다. ‘전통과 이단’이라는 문제 앞에 한국교회의 슬픈 자화상을 엿봐야만 했다.

다른 하나는 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모 목회자가 강단에서 설교 중 발언한 내용을 토대로 비판을 가한 내용이다. 올바른 믿음에 대해 강조한 대목이라지만, 군중심리에서 벗어난 입장에서 들어보면 저렇게 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 정보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지나친 표현일까. 신성한 강단의 외침은 당시 듣는 당사자가 아니면 외부에서는 무지막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시각차이는 분명히 다르다. 이걸 흥미 거리로 기사화 했다고 성화를 일삼은 어느 성도의 항의는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실은 취재원의 보호차원에서 확인한 사실인데도 일방적인 가십성 기사라고 성화를 냈다. 일방적인 공격에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기관에서 불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교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기독교가 불교 무교 다음 순에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목회자의 신뢰도가 백분율로 따져 간신히 두 자릿수의 수치를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가 한국교회를 판단해주는 ‘잣대’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신자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종교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교회의 추락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지금부터라도 이해와 협력으로 내분다툼이 종식되고,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도록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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