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고립되어 가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고립되어 가고 있는가?
  • cwmonitor
  • 승인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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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동 목사/기장 / 동명교회/한국장로교연합회 젊은목회자위원장

느 집 아들이 청바지를 멋 내어 입으려고 여기저기 찢어 놓고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들이 잠 든 사이 아들 방을 들러본 어머니는 아들의 청바지가 여기저기 찢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밤새도록 그 옷을 다시 기워서 원상태로 만들어 아들 방에 갖다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청바지를 입으려던 아들은 이 되어진 일을 알고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머니와 아들간에 드러나는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밤새도록 아들의 바지를 수선하는 어머니의 사랑은 갸륵하지만 아들의 시대를 보지 못하는 답답함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터져 나온다. 전도가 잘 안 된다느니,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느니, 안티기독교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느니 하는 등등의 말이 그것이다. 그러면 작금의 이런 사태들은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원인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교회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채 독선과 아집, 교만의 바벨탑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응은 그 좋은 사례이다. 일각에서는 김선일씨를 순교자로 추대한다느니 하며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 대형교회의 모 목사는 죽은 김선일씨를 향해 ‘차라리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고 죽지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는 상식 밖의 비난을 퍼부었다. 생명의 존엄성은 사라진 채 허위의식만 남은 교회, 복음과 사랑은 밀려나고 율법과 교리만이 득세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난 100여년을 지켜온 보수정통의 원칙을 지켜내려는 의지는 갸륵하나, 아들의 청바지를 다시 깁고 있는 어머니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미 11년 전인 1993년에 ‘표준새번역’이라는 현대적인 성경을 출판하였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시비와 비난이 그치지 않자 다시 대대적 개정작업에 착수하여 2001년 ‘표준새번역개정판’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다수 교회와 교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저 몇몇 교회에서 참고용이나 교회학교용으로만 쓰일 뿐이다. 이 역시 변화를 싫어하고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한국교회의 병적인 태도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이다.

충남지역에서 존경받는 한 원로목사님이 계셨다. 일제시대 사범학교를 나와 교편을 잡고 계시다가 신사참배거부로 해직과 옥고를 치르신 바 있는 이 목사님은 교단을 넘어서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성자’의 칭호를 듣던 분이셨다. 이 목사님이 은퇴 후 그 지역 신학원장을 지내셨는데 학생들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우리가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언제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이 세상의 누구나 “내가 하나님을 다 알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내 신앙은 옳고 네 신앙은 틀렸다는 평가나 판단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의 근저에는 나만 올바른 보수요 정통이라는 교만이 깔려있는 것이다. 또한 그런 신앙적 오만은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나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성전(聖戰)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장로교 다음으로 두 번째 교세를 가진 감리교회가 오는 8월말 전남 광주에서 ‘호남선교대회’를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에는 감리교회가 1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이단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지역 안에서 소수 교단이라고 전국적으로는 제2의 교세를 가진 교단을 향해 이단 운운하는 장로교회나, 그렇다고 이미 시골 구석구석까지 장로교회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에 가서 자기 교단 교회를 기필코 세워 보겠다고 수만명을 동원하여 선교대회를 여는 감리교회나 무언가 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췄다고 한다. 전도가 잘 안 된다고도 한다.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난단다. 기독교인들은 점점 이 민족과 사회 속에서 고립되고 기독교를 싫어하고 저주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그 원인이 나 때문은 아닐까? 혹시 당신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인 것이다.

doulos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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