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목사/기장 / 경복교회

지난 주일은 전 교인들이 큰 기쁨을 맛보았다. 뜻하지 않게 강원도 감자떡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감자떡은 우리 교회에서 수련회를 하게 된 강원도 동해시의 S교회가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지난 제헌절 저녁 설교를 마무리 하느라 조용히 묵상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토요일 저녁이라 급한 전화가 아니면 연결될 수 없는데 전화가 울렸기에 무슨 큰 일이 일어났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고 보니 뜻밖에도 강원도 동해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후배 목사님이셨다.

내용인즉 교회 청소년부 학생15명을 데리고 서울로 수련회를 가고 싶은 데 2박3일 동안 교육관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식사와 모든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해결할 테니 잠자리와 장소만 제공해 달라면서,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아직 서울을 와 보지 못한 학생들이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

강원도 동해시에 서울을 구경해 보지 못한 청소년이 많다는 것이다. 해외도 아니고 서울이라는 말에 당회와 상의하여 좋은 소식을 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예정에도 없던 당회를 열어 사정을 전하니 모두 기쁜 마음으로 사용하게 하자고 뜻을 모아 주셨다.
그들이 오기로 한 날 나흘 전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오면서 그쪽 지역의 학교들이 보충수업을 하는 관계를 오는 날을 하루 앞당기고 일정을 하루 줄이게 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그러자 교회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그들의 수련회 일정이 줄어들면서 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리라고 조용히 준비하고 있던 기관에서 자신들에게 차례가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며 서로 상대에게 양보하라고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젊은 사랑의 봉사대 팀에게 양보하기로 의견이 잘 모아짐으로 이 문제는 수습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당회원들과 몇몇의 교인들은 그들의 프로그램에 절대 지장이 없는 한에서 서울 아이들이 가보는 롯데월드나 좋은 곳을 견학하고 가면 좋겠다며 정성을 모아주셨다.

사실 수련회를 허락하면서 염려도 있었다. 사실 휴가 때 지방에서 목회하는 친구 또는 목사님들을 찾아보면, 수련회 장소로 교회를 빌려주었는데, 시설과 도구를 함부로 쓰고, 떠날 때 청소도 하지 않음으로 뒷감당을 교인들이 할 수밖에 없을 때 그 민망함과 미안함으로 인해 수련회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한 염려대신 서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기관들을 양보시키는 고생을 했다. 참으로 즐거운 고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가 넘치도록 역사하셨다. 무더운 날, 장막 안에서 쉬고 있던 아브라함이 길을 가는 나그네들을 보고 그들을 불러 쉼과 먹을 것을 제공했을 때 놀랍게도 그들이 하나님의 천사였던 것처럼, 우리 교회를 찾아준 동해시의 S교회의 청소년들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가 되게 하셨다.
나누는 기쁨을 누리게 하셨고, 섬기는 기쁨을 누리게 하셨다.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라라 믿으며 우리를 찾아주었던 교회와 청소년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또 오시오. 우리에게 하나님의 천사를 만나는 기쁨을 주러 오시오.”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용서해 주시옵소서.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수련회로 찾은 그곳에서 하나님의 천사들로 나타나는 은혜의 수련회를 준비하지 못한 죄를 용서하옵소서.”
그리고 다짐해 본다. 내년의 여름 수련회에 지방의 교회들이 찾아오도록 계획을 세우리라고.

purolan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