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배팅 (?)
과감한 배팅 (?)
  • cwmonitor
  • 승인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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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거짓말을 잘한다. 요놈은 희로애락을 조율하는 기묘한 능력을 갖고 있다.
‘제멋대로’ 사는 게 취미인 이 녀석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자다. 돈을 굴리는 조련사도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고 처음에는 큰소리를 치지만, 끝에 가서는 대부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에 노련한 조련사도 그래서 이 녀석을 부려먹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만큼 돈의 이름을 빌린 투자나 투자를 빙자한 투기 등은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이미 이 돈의 괴팍한 성질을 간파한 사람들은 제발 가만히 있도록 다독거리기만 한다.

조금씩 새끼쳐주는 재미로 만족하고 조련사에게 맡기는 것조차도 꺼린다. 그만큼 수익성이 작더라도 안전성에 더 무게를 둔다. 간혹 투자를 넘어선 투자는 투기에 가깝게 그 안에 얄팍한 속임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아는 까닭이다.
신기하게도 돈이라는 요놈은 진짜주인이 누구인지를 금방 알아차리는 재주도 갖고 있다.
“어, 내 주인님이 아니잖아” 이러면 돈은 불안에 사로잡혀 식음을 전폐하고 도망갈 궁리만 한다. 언제 어떻게 주인에게 내팽개쳐질지 모르고, 어느 위험지역에서 굴(?)릴지 모르기에 호시탐탐 탈출기회만을 엿본다.
‘주머니에 잠자고 있는 돈을 손으로 조몰락조몰락하다보면 그 돈은 어느새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린다’는 말이 있다. 쓸데없이 습관적 낭비라 생각되면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금언이다.

‘은급재단’. 목회사역을 하다 은퇴한 목회자들의 노후를 지원할 목적으로 적립된 돈을 관리하는 연금재단이다. 현재 가입자는 1365명. 91년부터 조성된 금액은 140여억원. 시작할 당시 큰 의미가 부여되어 적립된 이 돈 중 60여억원이 어느날 허공으로 증발됐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대부분 농어촌 미자립교회의 가난한 목회자 등을 중심으로 조성됐다는 알토란 같은 이 돈은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행방이 묘연해진 돈 때문에 가입된 목회자들은 지금 시름을 앓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표현은 너무 가볍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를 낸다.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상황으론 뚜렷하고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교단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충격적이다. 그것도 장자교단이라고 불러주기를 원하는 교단이다. 바로 이 사건의 당자자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임태득목사)교단은 요즘 막연한 입장에 처해있다.
급기야 교회갱신을위한 목회자협의회(대표 옥한흠목사)는 회보지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토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이 문제에 연루된 관계자는 모두 공직에서 물러나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반기를 들고나섰다.
내용을 간략해보면 총회관계자 몇 명이 이 돈을 주물럭거렸다는 것이다.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라는 정관을 어기고,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안타깝게도 이 돈들은 납골당 사업과 관련된 부동산등에 얽혀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불교재단과 연계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 돼 의구심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난해한 법률용어가 난무하며 소송을 통한 법적처리로 해결이 된다 안된다 하는 공방전이 오가지만, 결국에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계산만 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형국이다.

이 일을 꾸민 목적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과연 교단 연금 가입자를 위해서, 위험성을 감수해서라도 큰 이익금을 보탤 목적이었을까.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이 목적은 아닌 듯 싶다. 총회정관을 어겨가며 일을 꾸몄다는 것은 불순한 의도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돈은 주인의 눈치를 본다는 말을 앞서 말했다. 불안한 주인의 눈빛에 돈은 분명 도망갈 준비를 했을 거다. 정당한 내 돈이 아니면 불안하게 느끼는 게 인간의 심리다. 계산상으로 분명히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한 몫 챙길 수 있는 기회다. 어느 누가 눈앞에 돈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때 돈을 만지는 노련한 조련사는 섣불리 덤벼들지 않는다.
국내 경기 흐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지표까지 세심히 따지면서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다. 이익에 눈먼 채 기름진 음식을 차려놓고 미리 건배의 축포를 터트렸다면, 미끄러진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모든 일을 하기 전에 사람들은 꼭 명분과 실리를 따진다. 명분이 없을 때 실리라도 챙길 수 있다면 그 일을 저질러 놔도 손해는 없다고 생각한다. 명분까지 챙기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런데 이 일은 명분도 실리도 얻은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더 자세히 따져보면 최소한 손해는 없다는 계산법이 나온다. 증발된 돈이야 내 돈이 아니고, 공적인 일을 하다 그랬으니, 이 명분을 내세워 혹 법적 조항을 디밀어도 버티기만 하면 그만 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양심을 갖고 사재를 털어서 이 돈을 조금이라도 메워 보겠다고 나설 의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이 양심마저도 희망사항 같다. 또 명예 체면은 조금 잃어도 돈은 잃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여길 수도 있다.
작은 파도는 큰 파도가 삼켜버려 그 파도는 쉽게 잊혀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파도가 오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린다.

마찬가지로 작은 뉴스는 큰 뉴스가 삼켜버리듯이 큰 뉴스가 올 때까지 사람들은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시간만 죽이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합동교단은 그 동안 작은 파도로 내홍을 겪으면서 몸살을 앓아왔다. ‘총회장의 기저귀 발언’을 시작으로 강도사 시험부정 건, 다락방 영입논란건, 성경출판과 연계해 내몫챙기기 등으로 시름하더니 급기야 큰 파도인 은급재단의 돈 문제가 불쑥 이 문제들을 덮쳐버린 꼴이 되었다. 다른 문제는 이해관계로 어느정도 풀어 갈 수 있겠지만, 이 연금문제만큼은 결국 돈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에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조금 더 기다려봐라 ‘대박’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 아니냐. 이렇게 말한다해도 당분간 이 보다 더 큰 파도는 없을 것 같다.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을 자처하는 그 정통성이 부끄럽게만 보일 뿐이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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