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웃사이더’ 인가
나는 ‘아웃사이더’ 인가
  • cwmonitor
  • 승인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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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관 부장

주말이면 어김없이 고속버스를 탄다.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 일주일의 향수가 사라져버렸다.
몇 해 전부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두집살림(?)에 길들여진 재미가 더 커서 그런 것일까. 언제부턴가 그 어느날이 꽤 오래된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온통 ‘정통과 이단’이라는 명제로 꽉 차있다. 이 혼미한 상태가 나를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다. 이제야 나는 잃어버린 향수의 원인을 발견 했던 것이다.

기독교계에서 나는 과연 ‘이방인’ 인가. 한국교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훼방꾼’인가.
‘거짓’을 ‘진실’로 살짝 둔갑시킬 줄 아는 기술을 가진 ‘재주꾼’인가. 아니면 옳고 그름 앞에 제멋대로 오가며 놀아나는 ‘편견’을 가진 자인가. 내가 혹 편견에다 오만까지 사로잡혀 있다면, 나는 위험천만한 인물이다. 요즘 교계의 동향을 살피면서 가져본 생각이다. “이 세상에는 편견과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지배권을 잡으면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고 한다. 내가 몇 년 동안 실업자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들과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잘난 체하고 나의 몸차림을 비난했지만 그것은 결코 복장의 문제가 아니고 좀더 중요한 일이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다.

한번쯤 되새겨볼 금언이다. 교계지에 몸담고 있으면서 요즘같이 ‘편견’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교계는 지금 편견덩어리를 안고 비틀거리며 넘어지기 일보 직전에서 바동거리고 있는 것 같다. 색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면 그 사물의 색깔은 색안경 색과 같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안경벗기를 거부한다. 나아가 자신이 보는 시야의 색깔로 타인이 보는 시야도 평가하려고 덤벼든다. 그래서 이 편견덩어리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지조차도 모르는 위험을 갖고 있다.

근간에 교계에 쏠린 관심 중의 하나가 ‘정통과 이단’이라는 책에 대한 논쟁이었다. 결론 없이 흐지부지 되는가 싶더니 요즘, 그 불씨에 불을 지필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느 날 한 독자로부터 한 통의 제보전화가 왔다.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 길자연) 이단대책위원회와 관련돼 활동하고 있는 한 인사의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2학년 수료(?)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남을 비방할 의도로 꾸며낸 얘기라고 무시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이런 생뚱한 얘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독자는 구체적인 사항을 조목조목 대며 설명해 나갔다.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부랴부랴 자사 편집국은 확인절차를 밟아 나갔다. 당사자에게 전화로 확인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는 얼토당토한 얘기라면서 신학대학원에서 확인해보라는 것이었다. 신대원 두군데에 확인 결과, 모두 졸업이나 수료로 밝혀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곳이 교육부 인가가 나지않은 비정규과정 대학원이었던 것. 역추적을 하면서 발견된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디에도 중·고등학교 학력조회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도 취재는 계속되어가고 있다. ‘이단옹호 신문(?)’이라 같은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면서 한국교회 대표를 자처하는 한기총은 한마디로 ‘접근 금지’였다. “어느 고등학교, 어느 신학교, 몇회 졸업생이니 확인해보아라” 왜 이런 당당함을 보일 수 없는 것일까. 당사자인 그는 차기 위원장직 물망에 오른 인사 아니던가. 왜 당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편견에 옥죄어 끙끙거리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학력의혹은 갈수록 증폭되어만 가고 있다.

“누가 누구를 비판하겠다구?” 본질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말꼬리 잡고 여론몰이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자 그 누구던가. ‘비유’가 ‘본질’로 변질됐으니 저으기 실망스럽다. 그 의도를 살펴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인터넷 교계뉴스를 제공하는 모 사이트는 또다시 공개서신을 통해 지 지난호에 나간 ‘광야의 소리’를 읽고 논리가 너무 성글고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일반언론의 매체비평을 예로 들어가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합리를 가장한 논리는 위험하다. 사안의 본질을 속이는 수법은 비겁한 행위다. 이런 추악한 공격에 말려들지 않으려 대꾸를 자제 했건만, 한마디 해야 한다는 강박이 목을 죄여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어 씁쓸하다.
얄팍한 편견에 사로잡혀 큰 틀을 보지 못하고 게다가 기본적인 소양까지 갖추지 못한 후배가 있다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더불어, 세상을 향해 기독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헌신의 정신으로 몸 던지는 훌륭한 기자가 교계에 두루 포진돼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자라서 그 기대가 더 간절한지도 모르겠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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