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아베롱의 야생 소년들
현대판 아베롱의 야생 소년들
  • cwmonitor
  • 승인 200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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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완 목사/서울순복음 교회

1800년 1월, 남부 프랑스의 아베롱 마을 사람들은 들판에서 11세 되는 소년을 붙잡았다. 그 추운 날에 소년은 벌거벗은 채였고, 얼굴과 몸뚱이는 상처 투성이었다. 소년은 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사람들이 다가가면 마치 동물처럼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며 몸을 사렸다. 아베롱의 야생 소년 이야기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소년은 파리로 옮겨져 파리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그 소년은 인간과 같은 문명인이 아니라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에게도 전혀 애정을 보이지 않고 물고 할퀼 정도로 동물처럼 사납게 행동했다. 그런 소년을 ‘장’이라고 하는 젊은 의사가 맡아서 교육을 시켰다. 의사 장은 소년을 면밀히 관찰해 본 결과 백치도, 벙어리도, 귀머거리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동안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면 그것을 익혀 그도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부터 의사 장은 그 소년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는 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 말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몇 달 후 소년은 제법 자제력이 있어 보였고, 우유가 먹고 싶을 때는 “우유, 우유”라고 말해서 우유를 갖다 주면 맛있게 마셨다. 교육을 담당한 장은 몹시 기뻐했다. 그러나 의사 장의 끈기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더 이상 발전하지는 못했고 문명인으로 변화되지 못했다. 아베롱의 야생 소년은 처음 발견되었을 때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끝내 말을 하지 못한 채 40세로 생을 마감 했다.

자신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성장기 어린시절 동안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홀로 보낸 소년은 한 의학자의 끈질긴 교육에도 불구하고 끝내 동물과 같은 불행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베롱의 야생 소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 가족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다. 어린 시절의 가족과 주변 환경이 나머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아베롱의 야생 소년처럼 어린 시절을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그 불행했던 어릴 적 환경이 나머지 인생을 불행케 한 것이다.

필자는 아베롱의 야생 소년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가족 환경과 교육 환경과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베롱의 소년처럼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이혼율이 급증과 함께 결손가정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증가이다.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인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접수한 아동학대 건수는 총 4983건으로 집계됐었으며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작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구타하기, 물어뜯기, 언어폭력, 무관심, 굶기기, 성 학대 행위 등 아동 학대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피해 아동 가운데 71.3%가 매일 혹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를 당하고 있다. 게다가 아동학대 사례 중 약 80%가 가정 내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요즘의 사회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이것은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에서 오는 가정해체 때문이다.
이런 학대 아동들의 가정환경은 아베롱의 야생 소년의 불행한 환경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학대 받는 아이들, 가정불화로 버려진 아이들, 학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 부모들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들, 무거운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현대판 아베롱의 야생 소년’과 같다. 그래서 그들은 어릴 적부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이런 상처들은 개인의 삶에는 물론,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학대는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우선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특별히 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교회가 앞장을 서서 무엇보다도 건강한 가정 만들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 내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들의 교육과 교육· 행정· 의료기관 등 관련기관들의 협조체제가 시급히 구축돼야 할 것이다.

sfg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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