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두 얼굴
  • cwmonitor
  • 승인 200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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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고발은 곧 자기고발이다. 활동한 기간이 길든 짧든, 그 조직의 규율에 순응하고, 조직내의 ‘부당성’에 참여한 당사자가 바로 자기자신인 까닭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이 몸담은 직장이나 단체 등에서 ‘양심선언’을 하기까지는 많은 고심이 따른다. 더구나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그 내부의 부당한 실상을 공개하겠다는 고발행위는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우리는 그 고발정신의 가치를 높게 매긴다. 인권을 존중하고 건강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도 그 용기 또한 높게 사곤 한다.

마침내 이 조직내의 ‘양심선언’은 세상 밖으로 드러나 조직을 쉽게 와해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소위 ‘양심선언’이라는 타이틀은 자칫 간과할 수 없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내부고발’이라는 이 양심적 호소는 눈과 귀를 의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묘한 힘도 갖고 있다. 두 얼굴이 하나로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예컨대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낀 어느 귀순자가 자유의 나라 남한을 향해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귀순자는 북한사회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고심한 끝에 탈북을 감행했던 것으로 드러난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탈출이유를 밝힌 어느 귀순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들은 적이 있다.
최근 교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판명된 A교단에서 6년간 목회활동을 해오면서 그 교단의 온갖 비리의 실상을 ‘양심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공개, 고발한 K씨가 있었다.
작년 4월경, 각 교계지는 이 같은 내용을 실으면서, 이단교단을 탈퇴한 K씨의 용기 있는 양심선언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후 그는 한국교회의 대표격인 H기관 소속 이단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에서 활동, 모 교단 이단성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해 주목을 끌었다. K씨는 최근까지 이단과 관련된 세미나 등에서 인기강사로 초청되어 분주한 활동을 해왔다. 이대위 입장에서는 이단교단의 속을 훤히 알고 있는 K씨를 알게 된 것이 어찌 보면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국교회로서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고, 또 K씨의 이 선언은 정통교회의 진리를 훼손하는 이단교단의 폐해성을 사실감 있게 알리는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얼마 전 K씨가 자신이 탈퇴했던 이단교단과의 법정싸움에서 징역 8월이라는 형량으로 법정구속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단교단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통교단의 대표격인 기관의 배경을 무색케 한 재판인 까닭이다. 통상적으로 정통교단과 이단교단의 법정싸움은 언제나 정통교단이 우위를 차지하며 쉽게 끝나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상을 간략하게 설명해보면 K씨는 98년 8월경부터 2002년 7월까지 A교단 산하 미국 로스엔젤레스 교회의 목사로 재직하면서 국내에서 보내오는 총회의 공금을 횡령하고, 목회자의 직분에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줄만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교단은 몇 번에 걸쳐 용서의 기회를 줬지만, 되레 K씨는 A교단이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위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공금횡령, 등의 죄목으로 자신을 고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A교단과의 법정싸움을 건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법정판결을 통해 밝혀진 진실은 결국 인면수심의 K씨 과거에 일침을 가했다.

A교단의 퇴출에 앞서 K씨의 최종선택을 우리는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은 정통교단에서의 양심선언이었다. 정통교단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기에 앞 뒤 가리지 않고 수용부터 했다. 검증이 뭐 필요한가. 오죽했으면 이단탈퇴를 결심했을까. H기관은 성급하게도 ‘양심선언’이라는 마력에 쏙 빠졌다. 설령 문제가 있었다한들 상대는 정통교회가 적대시하는 이단 아닌가. 소위 이단감별사의 환영인사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적나라한 실상을 눈으로 직접 보아라” 강연이 쇄도했다. 선수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가 보다. 이 일을 계기로 소위 한국교회를 대표하여 이단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학력의혹 문제, 이단교단에서의 활동과 탈퇴 배경, 신학적 도덕적 소양부족 등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교계지 인터뷰에서 어느 이단연구가는 “이단은 하나님이 교회에 주신 시어머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단의 가장 큰 문제는 거짓선지자와 억지 성경해석이다. 이단은 결국 멸망하지만 완전히 무익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단을 통해서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구별없이 한국교회의 수많은 이단을 싸잡아 평가하고 판단 내리는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에 소속을 둔 이단연구가가 어느 교단을 이단으로 정죄했으면, 그 권위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옳은 말이다. 이 말은 기관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이단연구가의 권위도 높이 사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번 사례를 보면서 혹 A교단의 관계자가 K씨가 강사로 나서는 세미나나 강의에 참석했다면 뭐라 했을까. 부끄럽다. 이단의 실상을 파헤쳐 양들을 보호하는 명분에 큰 흠집이 되지 않겠는가. 추락된 신뢰성을 또 어떻게 회복 할것인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교단언론이 이단으로 규정된 집단의 편에 설 수 있냐고 의아해 하여 물어오기도 했다.

전후사정을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기관의 권위를 인정하고, 기관의 홍보를 대변하는 충견역할에 충실하라는 말로 풀이된다.
언론의 기능 중에 객관적 공정성과 감시역할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있는 사실 그대로를 객관적 공정성을 통한 보도의 형식으로,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하여 이를 통한 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다.

언론의 자유는 말 그대로 언론사의 독립에서 확보된다. 독자이외의 어느 간섭도 있을 수 없다. 언론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염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단교단을 옹호하고 편든다는 발언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단에 대해 터무니없는 보도는 있을 수 없다. 확대해석을 삼가 했으면 한다.

정통에서 이단이 된 교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한 것이고, 하나는 이단의 공적을 가로챈 부분에 대해 예전에 보도한 내용이다. 이단정죄의 많은 의구점을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공론화하자는 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이단의 억울한 일면을 보도함으로써 정통교단이라는 기관의 경각심을 알리자는 의도가 이단옹호란 말인가.
말이 나온 김에 언론기관에 무슨 이단옹호라는 말이 붙을 수 있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시녀노릇을 하면 이단옹호의 딱지를 떼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일까. 알 수가 없다.

예컨대, 이단교인을 정통교단의 교인으로 교화시키는데 1인당 수백만원을 내야한다고 이단연구가들이 이단에 빠져있는 자의 가족에게 요구를 한다고 보도를 내면 이는 오보다. 그럴싸야 하겠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재정적으로 어려울꺼라 근거하여, 이단 편에 서서 염치도 없게 밥벌이를 한다는 추측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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