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가 좋아”
“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가 좋아”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07.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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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대표회장인 박철규 목사의 점심초대를 받고 새마음교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여러 목사님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총회장을 마치고 7년 전에 은퇴하신 목사님도 계셨다. 은퇴 후에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여쭤 보았다.

“목사님, 은퇴하니 현직에 있을 때와 무엇이 다르십니까? 목회를 신경 안 쓰니 편한 점도 있으시지요?”. 그는 아니라고 하며 “목사는 영원히 목사인데 은퇴하면 강단을 설수 없으니 그 점이 힘들어요”하신다. 목사님 말씀을 들으니 슬그머니 ‘나도 곧 은퇴할 때가 찾아올 것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60을 넘기고 나니 ‘은퇴’라는 말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 ‘전주 바울교회 원팔연 목사, 아름다운 은퇴’라는 기사를 접하였다. 원 목사님은 46년의 목회기간 중 무려 33년을 바울교회를 섬기고 은퇴하셨다. 원팔연 목사님의 은퇴 찬하 예배에서 신상범 총회장은 설교 중에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은혜롭게 부흥의 역사를 이뤘고, 선교에 매진했으며, 아름다운 승계를 할 수 있었다고 그의 은퇴를 찬하했다.

그가 섬긴 바울교회는 기성 교단 최초로 성도 1만 명 시대를 열었고, 등록성도 1만 3천명으로 호남의 대표적인 교회로 자리매김 했다. 원 목사님은 답사를 통해 “원로목사가 되어도 바울교회를 위해 멀리서 지켜보며 기도하고 죽는 날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면서 “선교하고 인재를 키우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바울교회 성도님들에게 “이제는 나를 잊어주시고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과 함께 하나님을 잘 섬기고 교회부흥을 위해 헌신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누군가는 높은데서 떨어지면 충격이 더 크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더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종이라면 누구나 큰 목회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어느 목사님은 목회하면서 교인들이 속을 썩인다고 말하니 그 말을 듣고 있던 개척교회 목사는 “나는 속을 썩을망정 그런 교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과거 나의 아버님께서는 43년간 목회를 마친 후에 남부 연회서 은퇴식을 하셨다. 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하여 대전으로 내려가는 내 마음이 무척 안 좋았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격려해 드리려고 오후예배를 맡기고 목사님 은퇴식에 참석하려고 전주에 다녀왔다. 목사님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신학교 선배가 되신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그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 후 미국 휴스턴에서 한인 목회자세미나가 열러 우리부부가 참석하였다. 공교롭게도 가고 오는 비행기 여정을 함께하면서 그와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하셨다고 믿는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이호문 감독님과 21세기 감리교 성장선교회와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행사를 위해 10년쯤은 열심히 뛰어다녔다. 행사를 계획하면서 강사를 찾을 때면 나는 언제나 원 목사님을 제일 먼저 추천하였다.

목사님은 사랑의 빚을 갚는다며 나의 장남 전남권 선교사를 위해 수년간 선교비를 지원해 주셨다.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큰 힘이 되었다. 세상만사가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이 일을 통해 더욱 깨닫게 되었다. 또한 과거 바울교회 속회(구역) 지도자 세미나에 나를 강사로 초청해 주셨는데 전주역까지 직접 운전하고 나오셔서 부족한 나를 영접해 주셨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철야기도회를 초청해주셨다. 새만금을 둘러 고창에 가서 바닷장어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는데 영원히 추억에 남을 것 같다. 자동차를 얼마나 빨리 모시는지 우리 부부는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을 상상을 할 정도였다. 집사람과 나는 우스갯소리로 “그나마 유명한 목사님과 함께 소천하는 것이니 다행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바다에 빠지면 교계의 큰 어른이신 원 목사님 덕분에 바로 기독교언론에 실릴 것이고, 아마도 ‘전태규 목사가 원 목사님과 함께 새만금을 돌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라고 기사가 실릴 것”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런 좋으신 목사님이 은퇴하셨으니 내 어깨가 축 늘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이럴진데 원 목사님은 얼마나 허전하실까 하는 마음이 들어 문자로 두 차례 원 목사님을 격려해 드렸다. “존경하는 성자목사님! 오늘 은퇴찬하예배 드리는 것 알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 다 가는 길이니 믿음으로 받아들이시고 은퇴 후가 더 빛나시길 기도드립니다.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이 제게는 큰 축복이고 기쁨입니다. 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원목사님 은퇴식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다시 문자를 드렸다. “원 목사님! 교계 신문에서 아름다운 은퇴라는 글을 통해 목사님의 발자취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혼탁한 세상에 아름다운 은퇴라는 말이 귀에 새롭게 들립니다. 제2의 인생도 잘 적응하시고 멋진 인생으로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늘 가까이서 지내길 원하며 소식 자주 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약이 되어 잘 적응하시겠지 라는 바람으로 기도하게 된다. 

오늘 낮에 선배 목사님이 들려준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래도 현직에 있을 때가 좋아!”. 나는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남은 목회를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 보련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하며 그 흔적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나도 원 목사님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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