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서 공간으로(8)
시간에서 공간으로(8)
  • 한숭홍 (장신대 명예교수/ 시인)
  • 승인 2022.07.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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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여름의 열기 속으로
봉황산 부석사와 그 경내(왼쪽) 부석사 무량수전(오른쪽)
봉황산 부석사와 그 경내(좌)               부석사 무량수전 (우)

8월 3일 화, 맑음/ 영주, 평남 하숙에서

  <태백산 부석사>라는 일주문을 지나서 부석사 입구에 들어서며 처음 만나는 것은 높이 5m나 되는 당간지주(幢竿支柱)와 그사이에 놓여 있는 당간 초석이다. 초석에는 연꽃무늬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고, 석주 옆에는 보물이라고 하는 팻말이 꽂혀있다. 국보 제394호였던 것이 몇 년 전에 보물(제255호)로 격하되었다고 설명해 주는 이가 있어 두 개의 착오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봉황산 부석사>라고 쓴 현판이 처마 밑 중앙에 가로 걸려있고, 2층에는 마루가 깔려있으며 사방은 기둥뿐 간 막은 벽이 없다. 무량수전(無量壽殿)으로 가려면 그 밑 1층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이 본전으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의 관문인 셈이다.
  부석사와 그 경내 곳곳에는 다수의 건축물과 요사채 등이 수풀 사이에 흐트러져 있다. 신라 전성기에는 부석사에 3천여 승려가 기거했다고 하니, 이곳이 도승(道僧)의 극락세계(極樂世界)라도 되었던 듯싶다.

 

무량수전 앞 석등 (좌) 부모님께 올린 우편엽서 (우)
무량수전 앞 석등 (좌)                        부모님께 올린 우편엽서 (우)

  인적이 끊긴 경내에는 적막감이 무겁게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에 쓸리며 쏟아내는 자연의 소리, 황량하리만큼 쓸쓸한 고찰의 침묵에 한 줄기 생명이 흐르는 듯하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가파른 층계를 20여 개 올라서니 부석사의 법당 무량수전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이 칠월칠석이라 기도드리러 온 여신도 몇 명이 눈에 띈다.

  본전 앞에는 국보라는 석등 설명문과 함께 팔면 석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우뚝 서 있다. 방형의 지복석(地覆石) 위에 놓인 지대석, 그 네 면에는 안상(眼象)이 새겨져 있다. 그 위에 얹힌 하대석에는 연꽃이, 그리고 화사석(火舍石) 주위 4면에는 보살입상이 1구씩 조각되어있다. 이 석등은 신라 중엽에 만들어진 석등들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란다.

  이곳 설명문에 따르면 무량수전은 국보 제18호로서 부석사의 본전에 해당한다. 높은 석주 단상에 남면을 향해 건립되어 있지만, 내부 불단은 서쪽에 편재동향(偏在東向)하여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찰들 가운데 보기 드문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정면 5문, 측면 3문의 단층으로 건물 내의 바닥에는 방형의 단을 깔고 있었다.

  1916년에 수리공사 당시 발견된 묵서명(墨書銘)에 의하면 고려말 우왕 2년(1376)에 재건되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으나 건축양식으로 보아 150년은 더 소급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 하겠다. 기술상으로 볼 때 보기 드물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그 안에는 고려 시대에 속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소조(塑造) 석가여래상(釋迦如來像)이 안치되어 있다. 양식으로 보아 신라의 조각 수법과 같다고 하여 연대 측정에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한다. 그 배후에 있는 광배(光背)도 보기 드문 고려 시대의 목조 광배로서 훌륭하다. 

8월 3일 여행기(1-3쪽)
8월 3일 여행기(1-3쪽)

  우편으로 접어들어 산언덕에 올라서니 조그마한 암자가 몇 단 층계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조사당(祖師堂)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 중 하나인 조사당 벽화가 있던 곳이다. 예술적 가치와 색채 및 도구가 우수했던 것을 벽 수리 때 무량수전으로 옮겨 놓아 지금은 불상과 의상 대사의 화상만 놓여 있어 쓸쓸해 보였다.
  그 왼쪽에 나무 한 그루가 철책 속에 보호되고 있는데, 이유인즉 이 나무를 품고 있으면 남아를 나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어 부녀자들에 의해 나뭇가지가 수난을 당하기 때문이란다. 일설에 의하면 이 나무는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였다는데, 거기서 꽃이 피고 나무가 되었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구전되어오면서 불교 신자들이 효험이 있는 나무로 신성시했다고 한다.
  그곳을 내려와서 서쪽 산길로 접어드는데, 벌써 해는 이글거리고,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찌는 듯 무더운 날씨다. (196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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