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서 공간으로(10)
시간에서 공간으로(10)
  • 한숭홍 (장신대 명예교수/ 시인)
  • 승인 2022.08.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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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여름의 열기 속으로
태백장(백암온천)에서 포항으로 가는 지도
태백장(백암온천)에서 포항으로 가는 지도

태백장에서의 하룻밤, 긴 여운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배가 아프다. 저녁 무렵부터 뱃속이 심상치 않았다. 밤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는데 파도치듯 밀려왔다 사그라지곤 하는 배앓이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몸이라 기력도 없고 현기증도 났지만, 여정을 지체할 수 없어 온천욕을 한 후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이 아침, 나의 솔직한 심정은 여행 일정을 하루 늦추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나무숲에 이는 바람과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취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행인이 있는 여행의 경우에는 서로의 시간에 맞춰가야 하므로 훗날 그때를 되돌아보면 놓아 버린 기회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후회 같은 게 파편화된 여행의 잔재물로 마음 한구석에 남겨지게 마련이다.
  나 홀로의 여행은 정한 틀의 한계에 구속되지 않기에, 방랑기의 길손처럼, 보헤미안처럼 시간에서 자유로운 주인공이기에 때로는 여정의 짜임새보다 흐트러지는 시간과 장소의 초월성을 체험하는 수확이 더 의미 있을 때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이다.

8월 6일 여행기(1-2쪽)
8월 6일 여행기(1-2쪽)

  온정리(溫井理) 태백장(백암온천)을 떠나 1시간가량 달려 평해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오후 2시, 포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파란 하늘과 바다와 들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멀어져 가곤 하며 쉼 없이 차창을 스쳐 간다. 바다 위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바위를 때리곤 깨지는 파도는 그들의 숱한 전설을 전해주러 해안으로 밀려들곤 깨지고 부서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자연,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자연의 이 운동이 기계적이지 않으니 그 나름대로 창조적 예술이라 하겠다.

  석양 녘이 되어 포항에 도착했다. 경주행 기차며 버스 편을 알아보니 이미 막차가 떠나버려 오늘 밤은 포항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19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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