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서 공간으로 20-1
시간에서 공간으로 20-1
  • 한숭홍(장신대 명예교수/ 시인)
  • 승인 2022.09.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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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여름의 열기 속으로
필자가 그린, 홍도 바위 절경
필자가 그린, 홍도 바위 절경

8월 20일 금, 맑음-태풍/ 홍도를 일주하며

오, 붉은 섬 홍도  

  홍도를 서해의 낙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들려 곳곳을 구경하니 듣던 대로 소금강이다. 그런 만큼 홍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홍도는 서해 낙맥(落脈)이라고 하는 황해도 줄기가 파도에 밀려 서해 남쪽까지 내려온 돌섬이므로 이곳의 암석이 황해도 바다의 돌과 같다고 하는 전설, 석층(石層)을 이루고 있는 기암절벽이 모두 홍갈색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붉은 섬, 홍도(紅島)라고 불렸다는 이야기, 일본이 한국을 저들의 손아귀에 넣은 후 홍도 앞 해상을 통과할 때마다 홍도 근해로 20여 개의 섬이 흩어져 있는 게 매화꽃 같다며 매가도(梅加島)라고 했다는 일설(一說)도 있으나 그럴듯하게 엮어놓은 이야깃거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가지고 간 「한국관광공사 지도」(1965.3.20. 발행)에서는 홍도를 찾을 수 없었다.

홍도 일주하며 배에서 찍은 사진들(❶~❼)  ❽필자(흰모자)와 김 목사님(카키색 모자)
홍도 일주하며 배에서 찍은 사진들(❶~❼)   ❽필자(흰모자)와 김 목사님(카키색 모자)

  홍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62해리(11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그 크기가 1,774,953평인 조그마한 낙도로서 173가구 97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20가구의 127명은 농업에 종사하고 17가구 93명은 여러 업종에 종사하며 나머지 136가구는 바다에 의지하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1965년 관광 홍보자료).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가구의 경우 남자들은 주로 고기잡이를 하고 부녀자들은 해산물을 채취해서 생계를 꾸려간다고 한다.
  이 섬에는 교회가 하나 있고 좀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흑산초등학교 분교)가 있다. 그리고 4만 촉광짜리 아름다운 등대(1931년 2월 점등 시작)가 홍도 2구 산 위에 있다.

  홍도는 1구, 2구로 나뉘는데 우리가 머물러 있는 곳은 1구로서 60가구에 약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집마다 해녀 한두 명은 있다고 한다. 이 섬, 1구에만도 100여 명의 해녀가 있다고 하니 홍도 주민 3명 가운데 한 명은 해녀인 셈이다. 홍도를 애칭(愛稱)으로 ‘해녀의 섬(海女島)’, ‘해녀의 성(海女城)’이라 불릴 수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얼핏 머릿속을 스쳐 간다.
  이곳 바다는 청정지역이라 해초류가 풍부하지만, 물이 차서 물질은 칠팔월 두 달만 한다. 그나마 날이 구질 거나,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라오면 바다에 들어갈 수 없어 해녀들의 수입은 천기(天氣)에 크게 좌우된다. 물질할 수 있는 날 수는 일 년에 20일 정도인데, 이 짧은 기간 동안 해녀마다 하루에 몇만 원씩 벌어들인다. 

8월 20일 여행기(1-7쪽)
8월 20일 여행기(1-7쪽)

  이곳 주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부락민 간의 족내혼(族內婚)으로 친인척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산업단지나 도시의 개인사업장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배우자도 만나기 때문에 이 섬만의 결혼 관습인, 내혼제(內婚制)가 유명무실해졌다고 한다.
  나는 산업화 물결이 신화 속의 낙원 같은, 이 섬의 관습마저 이질화해가는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머지않은 장래에 천연의 비경은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훼손되어 옛 섬의 정취와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되리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 가는 과정이 과연 인간을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척도인가! 한국의 마지막 천연의 절경, 이 섬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있도록 남겨 두었으면 하는 바람은 내 욕심일 테지.(196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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