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말씀: 이 여행기는 1965년 7월 26일(월)부터 8월 30일(월)까지 재일교포 김신환 목사님과 함께 한국을 일주하며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기록물 일부를 분실하여 며칠 분의 여행기가 빠졌습니다.]
8월 26일 목, 맑음/ 목포에서 해남 대흥사-가야호로 제주도
오늘도 날이 무더울 것 같다. 아침부터 하루의 일정을 생각하며 부둣가로 달려가니 8시 선편이 해남읍까지 가는데, 그곳에서 대흥사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저녁 6시 가야호 편으로 제주도로 떠나야 하기에 늦어도 5시까지는 목포로 돌아와야 한다. 시간과 거리상으로 계산해보면 지금의 결행이 무모하게 보일 것이다.
버스와 합승을 바꿔 타며 대흥사에 이르니 11시 30분. 1시에 이곳에서 목포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다기에 차 시간에 맞추려면 사찰 구경을 1시간 남짓밖에 할 수 없어 서둘러 산속으로 들어갔다.
숲과 개울을 옆에 끼고 한참 걸어 들어가다 진화문(眞化門) 앞에 서게 되었는데, 그 안쪽 부도밭에 역대 도승들의 사리 부도 56기와 탑비 17기가 한 곳에 가지런히 모셔져 있었다.
그곳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높은 석주가 눈에 띄는데, 두륜산대흥사(頭輪山大興寺)라는 글씨가 깨끗이 쓰여있다.
이곳에서 산길을 걸어 한참을 더 들어가면 개울을 가로질러 운교가 있다. 그 주변 곳곳에 꽃이 피어있어 한적한 심산에 경건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운교를 넘어서면 해탈문이라고 하는 대문이 7 법당에 이루는 관문으로 놓여 있다.
대흥사는 신라 진흥왕 5년에 창건된 사찰로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北彌勒庵 磨崖如來坐像)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고적과 유물 등 국가 지정 문화재가 많이 있다. 경내 좌우에는 화려하게 단장한 당우(堂宇) 30여 동이 자리 잡고 있다.
사찰 경내를 두루 돌아보고 천불전(千佛殿)에 들렸는데, 불심(佛心)의 깊은 속을 보여주는 듯하여 내 마음에도 외경스러움이 엄습해 온다. 수목이 울창한 두륜산이 절을 감싸 안은 형태로 둘러있다. (1965.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