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함께하는 직장생활
MZ세대와 함께하는 직장생활
  • 한승진 목사(황등중 교목)
  • 승인 2022.09.28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승진 목사.
한승진 목사.

직장생활을 오래하면서 어려움이 여럿 있다. 이중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다. 인간관계는 잡이 없다.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마음이요, 관계맺음이다. 대학에서 인간관계론이라는 교과목을 수강했고 나름 심리상담교과목을 이수하였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름을 실감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 사는 곳은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 갈등이 어느 땐 사소한 문제에 대한 오해와 생각과 느낌의 차이에서 발생하곤 한다. 지나고나면 별 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처참하게 사이가 멀어진 걸 알게 되곤 한다. 미리미리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연륜이 쌓이면 인간관계도 잘 맺고 잘 대처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도대체 이놈의 인간관계는 무엇을 어찌해야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좀 비법을 알려주면 좋겠다. 
  
내가 최근 느끼는 인간관계는 세대차이와 남녀차이이다. 내 나이가 몇 해 전에 지천명을 넘어섰으니 차분히 여유를 갖고 살만한 연륜인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이 들고 하니 후배들이 선배대접을 해주기도 하고 존중해주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해서 내 할 일을 나름 열심히 하는 편이다. 나이드니 건망증도 있고 업무능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이것은 물어봐가면서 더듬거리면서 하면 된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닌 이상 서툴면 서툰 대로 모르면 물어봐가면서 하면 된다. 헌데 직장의 특성상 동료들과 같이해야하는 일들이 여럿 된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지혜를 모으니 집단지성의 힘으로 일이 수월하고 매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땐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지 같이 하다 보니 상대방의 기분을 살펴야하고 의견을 존중해야하고 하다 보니 그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나마 상대방이 자기주장도 있지만 그래도 내 의견을 물어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경우는 낫다. 그게 아니고 자기주장이 강해서 내 의견을 참고사항 정도로 듣는 경우는 자칫 감정 상하는 말다툼이 벌어져 난감하다. 나는 이게 싫어서 가급적 상대방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칭찬하고 그 의견을 중심으로 해서 내 의견을 보완하는 정도로 일하는 편이다. 이게 내가 터득해서 적용하는 인간관계의 비법이랄까 지혜이다.
  
그런데 요즘 어려움을 느낀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내 생각과 느낌으론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로 난감하다. 그것은 최근 이야기되는 이른바 MZ세대이다. 이전에도 세대차이로 선후배 사이가 쉽지 않은 것은 있었지만 오늘날의 세대차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 같다. 최근 내가 재직하는 학교에서도 젊고 유능한 교사들이 채용되면서 말로만 듣던 MZ세대들을 접하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MZ세대의 특징을 접하곤 했지만 이게 실제로 내 삶에 중요한 영역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MZ세대 특징 중 하나가 ‘자기 사랑이 강하고, 직장보다는 개인의 행복, 근무시간보다는 퇴근 이후의 소소한 행복추구’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처음 이런 행태를 동료가 이야기하기에 믿지 않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세대가 변해도 학교문화가 있고 마땅히 지녀야할 교사로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 당연시되는 것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협조적인 모습들을 보니 동료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이걸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물론 부당한 지시나 강요는 문제가 있다. 교사에게도 당연히 행복추구권이 중요하고 보장되어야한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이게 좀 지나치고 우선인 것은 좀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 보면 후배들이 이전 세대보다 실력 있고 젊고 유능한 건 맞는데 더 중요한 것이 빠진듯해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것은 직장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적어도 이전 세대는 나보다 남을 높게 여기고, 선배를 존중하고 직장의 유익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당연시했다. 더욱이 교사라면 남다른 사명감이 기본이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마음으로 다가가고 시간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존중하여 사랑으로 교육한다. 헌데 후배들은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지만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엄격히 지키려한다. 칼퇴근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인듯하다. 어디 잡아먹기라도 할까봐서인지, 집에 꿀단지라도 있는 건지 퇴근시간이 되면 쏜살같이 직장에서 벗어난다. 상급자가 맛있는 식사자리를 마련한다고 단체회식을 하자고 하면 입이 삐죽하고 나온다. 그러니 회식도 쉽지 않다. 
  
요즘은 대면이 아닌 비대면 시대이다. 결재도 전자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전 시대처럼 결재판을 들고 상급자를 찾아가던 번거로움이 없다. SNS도 활성화되었고 직장 내 메신저 프로그램도 있으니 대면으로 이루어질 일들도 많이 줄었다. 서로 바쁘고 관련이 없다보니 하루 종일 얼굴한번 안 보고 지내는 동료들도 많다. 이게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면 기성세대이고 지나치면 꼰대가 된다. 직장에서 MZ세대는 하급자로서 힘없는 존재들이 아니다. 점차 이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즉각적으로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고 자기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친다. 그러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아니 이제는 압력집단이고 위협적인 집단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단체를 만들어 힘을 모아 압력단체가 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집단이나 단체보다는 각자도생을 중시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이해하면 좋으련만 그게 불가능하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주체로 다양하다. 그러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세력으로 이해해야한다. 이들의 특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럴 수도 그래서도 안 된다. 이들의 특성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이를 장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이들의 특성은 대안문화일 수 있다. 그저 무비판적으로 상급자에게 충성하고 집단의 논리에 순종함이 미덕이라고 여긴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렇다. 이런 신선한 불복종과 저항이 새로운 직장문화를 만들 수 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경직된 직장이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모두가 주체로 인식하는 관계설정은 좋다. 또한 지나치게 출세욕에 빠진 것보다 소소한 자기 삶의 행복을 추구함도 신선하다. 
  
분명 세상이 변했다. 시대도 변했고, 세대도 변했다. 이를 인정하고 그 주어진 상황에서 배우고 유익을 얻으면 좋겠다. 세대가 다르니 생각과 느낌이 달라 이해하기 어렵긴 하다. 그래도 나와 다름을 비난이 아닌 긍정으로, 다양성으로 인정하니 낫다. 세대차이랄까 세대갈등을 문제로 인식하면 한이 없다. 그러나 이를 당연시하면 문제도 달리 보인다. 그럴 수 있는 것으로,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나보다 남을 높게 여기는 자세로 나와 다른 세대를 인정하련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련다. 익숙함이 아닌 낯섦으로 어색하고 어눌하여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는 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피할 수도 없다. 물론 나와 같이 기성세대 선배만 노력할 일은 아니다. MZ세대인 후배들도 선배를 존중하고 직장의 목표를 이해하고 주어진 책무에 성실이 임해야한다. 이는 직장인으로서 당연하다. 그러니 이를 강요하거나 훈계하거나 조언할 수는 없다. 그저 깨닫고 그렇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문득 내가 직장초창기 시절 선배들도 나를 신세대로 여기고 참아주고 이해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고맙고 죄송하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질서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전 것은 지나갔고 새로운 것이 주어졌다. 부디 대결보다는 대화로, 오해보다는 이해로, 불화보다는 화합으로 함께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