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를 통한 성숙으로
가지치기를 통한 성숙으로
  • 한승진 목사(황등중 교목)
  • 승인 2022.10.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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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진 목사
한승진 목사

신학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월 첫 주를 맞이했다. 지나고 세월이 빠름을 실감한다. 나는 코로나 확진으로 한 주간 격리 조치된 경험이 있다. 그 때 나는 참 여러 가지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둘째 아들인 겨레가 잦는 감기로 코로나 의심이 염려되어 병원 가서 온 가족이 코로나 검사를 한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내가 코로나에 걸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또한 나는 집, 학교, 교회, 야학에서 봉사하는 것 이외는 별다른 외출을 하지 않는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하기에 그랬다. 거기다가 나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코로나 백신 주사 맞는 것이 조심스러워 예방 백신을 맞지 않았기에 의식적으로 더 조심하면서 지냈기에 나름대로는 감염이 안 될 것으로 자만했다. 
  
나는 코로나 검사할 생각도 않고선 특수반 학생과 아들의 코로나 검사를 위해 데려갔다가 간호사 분이 나도 감기몸살 증상이 있다고 하니 혹시 모르니 해보라고 해서 양성이 아닐 거란 생각이나 만에 하나란 생각에 검사에 임했다. 결과는 데리고 간 아이들은 음성인데 나는 양성이라 했다. 그 순간 든 생각이다.‘학교 일은 어쩌나. 일을 여럿 벌려 놓았는데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데 이를 어쩌나’순간 나도 놀랐다. 내가 애교심이 강하거나 투철한 교육자인 건 아닌데 코로나 확진에 내 건강, 내 가정을 생각한 게 아니라 학교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학교로 돌아와 오전 내내 공문처리와 교생지도와 수업처리 등을 하곤 귀가했다. 다행히 큰 증상이 없었다. 혹시 검사결과가 잘못된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확진에 대한 두려움도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여러 지인들이 코로나 많이 아플 것이라고 걱정해주고,“백신도 안 맞았는데 확진되어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어떤 이는 내 건강보단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저런 연락들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였다. 
  
그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무백신접종자이고 심장이 안 좋은데 코로나 확진이 걱정된다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도 없었고 학교와 교회와 야학 등에서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다 보니 해야 할 일의 생각으로 코로나확진을 생각지 않았는데 내가 생각지 못한, 잊고 있던 사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코로나 확진 연락도 안 했고 약간의 증상은 있었으나 소중한 가족이 걱정할까봐 아무 증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가족 누구도 별다른 걱정이 없이 자는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 확진, 심장질환, 무백신접종이란 단어가 온통 머릿속을 휘감았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시는 부모님께도, 아내나 아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는 게 병이라고. 별다른 증상이 없었고 바쁘게 일처리 하다 보니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라 힘들었다. 나는 그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는 게 꼭 옳은 건가? 오히려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구나’나름 걱정해주는 이야기인데 내가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준 것이었다. 내게 도움보단 걱정과 불안감을 심어준 것이었다. 
 
 문득 나도 그런 일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에게도, 학교 아이들에게도 내 딴엔 걱정해주는 이야기로 아이의 부족함을, 문제 상황을 상기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이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냥 오늘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그 순간의 소중한 모습을 보면 되는데 굳이 아이의 성적, 가정환경, 이전의 문제를 통해 바라보고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조언해준다고 상기시키는 건 아닌가 싶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고요히 기도하게 되었다. 내 건강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도하기도 했고 내가 아버지라고 목사라고 교사라고 아이들에게 불편감을 준 것에 대해 반성하는 기도를 했다. 그렇게 기도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달고 오묘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언젠가 교회 어느 권사님이 물었다. 내 아이들 중 우리 부부가 낳은 자식과 입양한 자식이 달리 보이지 않냐고. 워낙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문의해서 뭐라 답을 해야할 지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내 대답은 아무 주저함 없이“그냥 똑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제 아내나 제 딸도 제 아들들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워낙 아기 때 입양하고 오랜 세월 살아오다보니 그런 나눔, 경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그렇다. 굳이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나눔이 이해하기 편하긴 하나 그것이 꼭 필요한지,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단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그냥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규정을 짓는 이해는 차별과 편견일 수 있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존귀히 여기면 좋겠다. 이는 장애, 다문화, 성별, 출신 학교나 지역 등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소중한 정보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상대방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틀로 규정짓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혈연, 학연, 지연, 출신학교에 대한 생각, 특정요소에 대한 편견의 틀을 깨보자. 그냥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누군가 나 자신을 특정한 인상으로 특정한 규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싫은 것처럼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에 대해 얽매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존중, 서로 존중으로 서로 사랑으로 함께하면 좋겠다.   “생각의 부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하루하루 아침이 밝아오는 건, 새로운 기회와 성찰을 통한 성장과 성숙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의 깊게 마음을 다해 보는 것이 관심(觀心)이다. 5월 계절의 여왕이다. 초록으로 무성한 나무의 싱그러움 속에 잠깨는 작은 새들의 문안 인사가 사랑스럽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열심히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듯이 살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면 좋겠다. 지혜로운 사람과 지혜롭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고독한 존재이다.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저마다 자기 그림자를 거느리고 휘적휘적 지평선 위를 걸어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시시한 일들로 물 흘러 가버리듯 그냥 지나가 버리게 내버려 두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을 반성한 사람만이 내일의 성숙을 이룰 수 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알고 느끼는가에 따라 사람됨은 달라질 것이다.  
  
정원사들은 더 아름답고 튼튼하게 자랄 나무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부지런히 나무의 가지를 잘라낸다. 나무에겐 가지를 잘라내는 아픔이 있겠지만 가지치기는 나무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가지를 잘라내는 아픔을 딛고서 이듬해 봄이면 나무는 더욱 싱싱한 자태를 뽐낸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다. 부족하고 연약하고 이기적인 욕망에 휩싸여 실수하고 실패를 한다. 내가 왜 이러는지 도통 이해 못 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너무도 속이 상하고 힘들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기도 한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더욱 성숙한 인격이 되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반성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요히 눈을 감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내가 하는 일, 내가 옳다고 여기는 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옳은 것일까? 깊은 성찰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잘못된 생각과 감정을 잘아내는 가지치기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가지치기의 아픔이 있을 때 우리는 더욱 성숙한 인격으로 어른스러워질 것이다. 마음의 가지치기를 통한 아픔 뒤에는 성장과 성숙이란 소중한 기쁨과 배움과 깨달음이 있다. 우리의 삶은 기쁨의 연속도, 슬픔의 연속도 아니다.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리 즐겁지 않듯이 지금의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한 아픔을 참고 견뎌보자. 자기성찰이 있을 때마다 당장은 너무도 고통스럽게 견디기 힘들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갈 것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욱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고요히 하나님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립보서 2장 3-11절).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속임수와 간사한 유혹에 빠져 온갖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에베소서 4장 13-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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