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좋은 친구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좋은 친구 아닙니다”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10.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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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지난번 금요기도회는 ‘죽음을 대비하자!’는 말씀을 전하였다. 이유인즉 최근 내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사람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문충웅 목사님을 추모하면서 머리에 기억된 것을 글로 남기려 한다,

우선 문 목사님은 나와 자란 고향이 같다. 나는 아버지 목회를 따라 충남 논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문 목사님도 아버지가 연무대에서 목회를 하셨기에 강경상고를 나왔다. 그리고 소속 연회가 같다. 수십 년을 서울남연회서 목회를 해 왔기에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더욱 가깝게 된 배경에는 2001년~2002년 감리사를 함께 하였다. 감리사를 마친 이후에도 계속 함께 모였으니 이것만해도 어언 15년이 되었다. 우리가 모이는 ‘여수룬’ 이라는 이름도 목사님이 지어주셨다. 보통은 큰 교회 목회하면 모임이나 애경사에 소홀하기 쉬운데 목사님은 그런 모든 부분에서 모범을 보여 주셨다. 가수 오승근 씨가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노래가 히트 되었다 목사님도 늘 “내 나이가 어때서!” 라며 건강을 자신하였다. 그러나 건강만은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는 은퇴 후에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였다. 내가 은퇴이후에 할 일을 물으면 “은퇴하면 쉬는 것이지” 하며 인간이 만든 법 앞에도 순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3년 12월 목사님은 내게 아들선교사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전화를 주셨다. 나는 목사님께 도와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이런 전화를 주셨냐고 물었다. 목사님은 보면 모르냐며 사모님이 두 아들 선교사 때문에 끙끙대더라고 하였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다. 이걸 보면 아주 세밀하고 또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연민의정이 많으셨다. 

그는 배우는 일도 매우 열정이셨다. 연세대학교 하계 목회세미나에 열정으로 참석하셨다. 동작지방 연합집회 인도 하실 때도 그곳에서 배운 말씀을 암송하여 전하는데 나는 그가 머리도 좋지만 열정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모교 목원대 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부하였다. 그런 여러 공로가 인정되어 모교가 주는 명예신학 박사학위도 받으셨다. 그는 사모님을 향해서도 늘 조0숙 하며 이름을 즐겨 불렀다. 이런 자상한 남편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믿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연회기간에 늘 당당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였다. 아마도 은퇴를 앞두니 마음이 약해지는 구나하고 생각하였다. 다음날 그는 은퇴석상에서 눈물로 감사 인사를 하였다. 그 후 교회서 베푼 은퇴찬하 예배 때도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후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을 모른 나는 여러 재미있는 글과 가끔은 “목사님만큼 목회한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성공적인 목회를 마치셨으니 은퇴 후에도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라는 격려의 글을 보내드리곤 하였다. 얼마 후에 전화가 왔다. 그동안의 여러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나도 전목사님처럼 은퇴 후에 열심히 살고 싶었는데 하면서 오늘 결과가 나왔는데 이제는 수술 할 수도 없고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며 기도를 부탁하였다. 음성은 전과 같으나 힘은 많이 빠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안양 샘 병원으로 옮기셨다는 소식을 또 들었다. 감리사 동기 모임에서 어느 날 가기로 하였다. 그때가 메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총무 목사가 병원 측에 문의하니 문병은 할 수 있지만 서로를 위해 지금은 안 오는 것이 좋다고 하였단다. 그래서 다음에 가기로 정하고 나는 기다릴까봐 문자를 보냈다. 

“문 목사님! 얼마나 힘드세요! 수 일 전  여수룬 회원들이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병원 측에서 안 오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하고 목사님에게 피해를 줄까봐 더 그랬어요, 머지않아 찾아뵐게요!” 그 후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어느 날 카톡이 왔다. 내용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참 좋은 친구 아닙니다”. 간단하지만 그 순간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고 속에서는 떨렸다. 말의 권세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문 목사님이 이해가 되었다. 남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었으니 나는 죄인 된 심정 이었다. 강도 만난 자를 외면한 제사장과 레위인이 바로 나였다. 곧바로 이 내용을 총무에게 알리고 속히 가자고 하였다. 

정한 날에 우리 부부는 비 오는 토요일 오후 급히 군포 샘 병원을 찾았다. 그때도 병원 상황은 마스크를 하고 보호자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는 내게 목사님은 “혼나니까 왔구나!” 하는 것이다. 내 나이가 혼날 나이도 아닌데 그 말은 계속 재미있게 들렸다. 그러면서 보고 싶어 그랬다고 하였다. 듣는 순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솟았다. 목사님은 삶의 의욕을 끝가지 놓지 않으셨다. 그 상황서도 죽게 되더라도 가족들에게 울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인즉 지금껏 내가 천국의 소망을 전했는데 우는 모습을 보이면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후 목사님이 하늘나라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나는 아들목사에게 아버지의 뒤를 잘이어 갈 것을 부탁하였다. 가신 분은 말이 없다. 이제 남은 건 산자의 몫이다. 모세의 뒤를 이은 여호수아처럼 그의 자녀들과 은혜교회 후임 된 서 목사가  훌륭하게 목회 사역을 잘 감당할 것으로 기대하며 소망을 가져본다.

웨슬리 목사님은 하나님의 그의 사람을 장사지낼 지라도 그의 일은 계속하신다고 하셨다. 분명 문 목사님은 바울과 같이 선한싸움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므로 그날에 하나님으로부터 면류관을 받아쓰시리라 믿는다. 유족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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