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세배
설날과 세배
  • 신형환 이사장(성숙한 사회연구소/경영학 박사)
  • 승인 2022.11.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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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환의 단상(斷想) 
신형환 박사.
신형환 박사.

설이란 새해의 첫머리란 뜻이고, 설날은 그중에서도 첫날이란 의미를 지닌다. 영어로 설날을 한글 발음으로 ‘Seollal’이라고 표기한다. 번역하면 Lunar New Year's Day, 또는 New Year's Day in the lunar calendar라고 할 수 있다. 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는 세 가지 정도의 설이 있다. 설날을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이다.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섦'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설날은 묵은해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해에 통합되어 가는 전이 과정으로, 아직 완전히 새해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못한 그러한 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설날은 "선날" 즉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선날"이 시간이 흐르면서 연음화(連音化)되어 설날로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날을 "삼간다[謹愼]."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섧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한다. 이는 설날을 한자어로 신일(愼日)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일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인데, 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생긴 말이다. 한편 설날은 원일(元日), 원단(元旦), 정조(正朝), 세수(歲首), 세초(歲初), 세시(歲時), 연두(年頭), 연시(年始) 등의 한자어로도 불린다.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여겨지게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날을 명절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역법(曆法)이 제정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설날의 유래는 역법의 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역법을 가지고 있었음은 중국인들도 진작 인정하고 있었다. 《삼국지(三國志)》에 이미 부여족이 역법을 사용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신라 문무왕 대에는 중국에서 역술을 익혀와 조력(造曆)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미루어 보더라도 우리 민족은 단순한 중국 역법의 모방이 아니라 자생적인 민속력이나 자연력을 가졌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다. 신라의 독자적인 명절이라 할 수 있는 가위[嘉俳]나 수릿날의 풍속이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우리 민족이 고유한 역법을 가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제사〉편에는 백제 고이왕 5년(238)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으며, 책계왕 2년(287) 정월에는 시조 동명왕 사당에 찾아뵈웠다고 한다. 이때의 정월 제사가 오늘날의 설과 관련성을 가졌는지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미 이때부터 정월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의 설날과의 유사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신라에서는 제36대 혜공왕(765∼780) 때에 오묘(五廟:태종왕, 문무왕, 미추왕, 혜공왕의 조부와 부)를 제정하고 1년에 6회씩 성대하고도 깨끗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정월 2일과 정월 5일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이미 설날의 풍속이 형성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설과 정월 대보름, 삼짇날, 관회, 한식, 단오, 추석, 중구, 동지를 9대 명절로 삼았다. 조선시대에는 설날과 한식, 단오, 추석을 4대 명절이라 하였다. 따라서 설이 오늘날과 같이 우리 민족의 중요한 명절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지배하에서 설날 명절을 말살하려고 양력으로 1월 1일을 신정으로 지키도록 하였다. 그러나 설날을 구정이라고 말하며 민속 고유 명절로 지키며 발전시켜 왔다. 해방 후에 일부 정권에서 음력 사용을 억제하여 신정을 국가 휴일로 지정했다. 국민이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지키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구정인 설날 전후로 3일 동안 휴일로 지정하여 고유의 민속 전통으로 자리를 잡아 지키고 있다. 

  시대의 변화로 설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분화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없게 되었다. 서울에서 고향까지 자동차로 10시간 넘게 걸려서도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려고 갔다. 설날에는 설빔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덕담을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어린 시절에 설날의 의미도 잘 모르고 세뱃돈은 받으려고 동네 어르신에게 세배하였다. 다시 돌아보니 철없는 어린아이의 행동도 추억으로 남아있다. 우리 집은 9형제 8번째 집안이라서 항렬이 높아 70세가 넘으신 어른들이 할머니에게 세배하기 위해 오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우리 4남 2녀 형제자매는 어르신을 찾아 세배하며 덕담을 듣고 차와 다과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에는 설날 연휴에 해외로 여행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나는 두 아들 부부가 양가를 번갈아 가면서 설날을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설날에 여성에 집중되는 음식 준비를 돕기 위해 남성은 설거지하거나 뒷정리를 도우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곳 자카르타 국제대학에서 설날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부부는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사과와 배를 가져다주었다. 자카르타 한인연합교회 교인이 우리 사역자를 위해 설날 선물로 가져온 과일이었다. 또한 교회 권사회가 떡을 많이 보내주셔서 이국땅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기회가 되면 사역자 가족이 함께 모여 윷놀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카르타 국제대학 공동체가 사랑과 믿음의 공동체로서 더욱 발전하여 하나님 나라의 실재를 느끼고 체험하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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