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기도하고 수술하도록 하시지요”
“잠깐 기도하고 수술하도록 하시지요”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12.08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새해 달력이 오늘 도착했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씀이 더욱 실감 난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라는 기도를 드렸다. 금년 11월 30일은 나의 아버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어언 15주년을 맞는 날이다. 아버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나는 아버님 기일이 오면 이메일로 소식을 전하겠다는 다짐을 내 자신과 하였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매년 기일이 오면 글을 써서 신문에 기고해 왔는데 금년이 15회째이다. 그동안 나는 아들로써 생전에 아버님에 대해 보아온 것을 하나 둘 소개하였다. 이유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교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의 아버님은 생전에 기도와 찬송을 무척 좋아하셨다. 몸에 완전히 밴 신앙이셨다. 아버님의 발등에는 혹이 밤 크기만큼 솟아 있다. 이유는 늘 무릎 꿇는 기도를 하셔서 못이 박힌 것이다. 아버님은 야행성이라 늦게 주무셨다. 그런대도 새벽에는 정확하게 기상하셔서 머리감고 세수하고 발까지 씻으시고 주님 맞으러 나가셨다. 그런데 어머니 말씀에 나중에는 머리와 발은 안 씻고 세수와 양치만 하고 나가더라고 하셨다. 지금 천안에서 목회하는 모 목사가 전해준 말이다. 아산지방에서 함께 목회 할 때 다방에서 차를 시켜 놓고도 무척 오랫동안 기도하셨다고 한다. 보통은 냉수 마실 때는 기도를 잘하지 않는데 아버님은 냉수 마실 때도 기도를 하신다. 늘 기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그런 듯하다. 

내가 신학교 다닐 때 꽤 유명하신 교수님이 강의 중에 하셨던 말씀이다. 한번은 친구가 암으로 입원하여 문병을 갔다고 한다. 친구 목사가 찾아오니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하더란다. 그 순간 내가 기도한다고 암이 나을 수 있을까 하는 맘은 들었지만 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심하는 마음으로 기도드렸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듣지 않으시고 친구를 불러가셨다며 기도는 믿음으로 해야 된다는 간증을 하여 감명 깊게 들었던 적이 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 나도 목회 후반을 지나고 있다. 아버님에게서 배우고 싶은 신앙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기도의 신앙이다. 아버지는 신비에 가까운 절대적인 신앙을 가지고 사셨다. 식구들이 조금만 걱정해도 믿음으로 사는데 왜 걱정하느냐고 늘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마지막 병원에서 나오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주의 종이 되어 행복하게 살았네! 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이 말씀 속에는 어느 정도 죽음을 예견하신듯하다. 신앙 안에서 무척 행복한 삶을 살다 가신 것 같아 위안을 받는다.

목회 하시던 중 회갑을 막 지나 심장에 이상이 생기셨다. 40일간 입원하여 검사를 받고 8시간의 긴 수술을 받으셨다. 지켜보는 가족도 힘이 드는데 당사자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수술실 들어가실 때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손을 흔드셨다. 무슨 국제대회라도 출전해 금메달을 따서 돌아온 선수같이 말이다. 아마도 가족들을 안심시켜 주시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 말이다.
수술 받으러 들어갈 때 각오를 하셨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집도하는 의사에게 “박사님! 제가 잠깐 기도하고 수술하도록 하시지요” 라고 말씀을 드리니 의사가 안 된다고 하더란다. 아버지는 마음에 상심이 크셨단다. 그런데 의사도 사람이라 이런 말을 들어 본적도 없지만 마음이 안 좋았던지 수술 직전에 기도를 하시라고 아버지께 하더란다. 그때 아버지는 “시간이 지났어요” 하고 그냥 속으로만 기도하고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셨다는 말을 훗날 들려 주셨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지금도 건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다. 어느 한 목회자가 병상에 누워계신 성도를 찾아가 전해준 시 한편을 내가 보고 감동을 받아 소개한다.

“주님 벌떡 일으켜 주소서, 구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아시는 아버지. 청하기 전에 무엇을 원하는지 아시는 주님, 주님이 직접 의사가 되셔서 저이를 보살펴 주소서 이 기회에 육신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말끔히 치유 받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주님! 저는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낫게 하시리니 주님께서 그를 일으키시라’는 말씀을 확실히 믿습니다. 그 말씀 그대로 벌떡 일으켜 주소서. 어서 빨리 그 자리에서 일으켜 주소서.
얼른 기운차려 훌훌 털고 일어나게 하시고. 권능의 손길 지금 곧 펴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게 하소서”

이렇게 진솔하고 간절한 기도문에 어찌 감동받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풍파 많은 세상에서 선한 싸움 싸우다 가신 아버지. 주의 품에 편안히 쉬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