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학생 신분으로 논산 성민교회에서 첫 목회를 하는 중에, 1975년 10월 17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한 후 곧바로 연무대 수용연대로 입소하였다.
논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이 지역이 고향 같은 지역이지만 막상 훈련소에 들어가 보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어 훈련소에서 전반기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된 곳이 양구 21사 63연대였다.
나는 그곳에서 군종병에 차출되어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했다. 당시는 군 생활이 몹시도 힘들었다. 내 입에서는 항상 “103보가 왠 말이냐, 내가 무슨 죄가 많아 이곳까지 끌려왔나”라는 말을 달고 살며, 많은 생각에 잠기었다.
내가 그곳에 배치받으니 나보다 먼저 군종병으로 들어온 분이 있었다. 지금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대표회장, 차장현 목사다. 보통은 군종병을 하면 소속 지휘관에 따라 군대 생활에서 열외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차 병장은 연대 직할대에 속한 전투지원중대에서 작전과 일을 보면서 군종병 일을 병행하였다. 그래서 병사들이 그를 모범병사로 호칭하였다. 전역이 가까웠을 때 후임 조수가 들어왔는데 그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 보였던지 조용기 목사님 밑에서 훈련을 받아 금식으로 돌입하였다. 그러자 잠시 부대가 뒤집혔다. 이를 본 중대장은 당시 군목에게 군종병이 자대에 들어와 첫날부터 금식을 한다며 걱정하고 근심하였다.
훗날 군종의 말로는 금식으로 자살하려 한 것이 아니라 중대가 너무 삭막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이길 수 있다고 믿고 금식를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자대를 막 배치받은 졸병이 군에서 금식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결단이다. 그 주인공이 감리교 장학일 목사와 동창으로 지금은 춘천에서 순복음교회를 크게 부흥시키는 하기철 목사다.
어디서나 남자들이 모인 곳에는 군대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나도 고생을 많이 하였지만 얻은 수확은 군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회생활에 이들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늘 만나면 군대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한다.
그 중 특별히 잊지 못하는 분은 내가 속한 7중대에 의무병으로 파견 나왔다가 전역 후 신학교를 나와 지금 포천에서 순복음교회를 섬기는 민춘기 목사다. 그는 지방 전북대를 나왔으며 영어를 잘하는 실력파다. 그의 말인즉 군에서 내 영향을 받았다니 이 또한 보람으로 남는다.
나는 사회 나와 여러 연합체에서 일하였다. 그때 생각한 것이 이들을 내가 속한 단체에 입회시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들 중 여럿을 가입시켰다. 그중에서도 차 군종은 조용하고 성실하게 모범을 보이더니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금번에 만장일치로 대표회장에 추대받았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가 있으니 언제나 ’성실‘ 이다.
지금 섬기는 부곡장로교회도 전도사 때 사역하던 교회인데 훗날 그를 당회장으로 청빙한 것만 봐도 알만하다.
그는 코로나 기간에 성전을 건축하였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쉽지 않은 결단이다. 지난 주일 오후에는 대표회장으로 섬기는 단체에서 6.25상기 73주년 연합기도회가 부곡교회서 열려 기대 속에 참석했다. 나는 목사와 성도들이 성전을 짓느라 헌신한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기장교단을 보통 진보적으로 보지만 막상 영성면에서 훌륭한 교회들이 많이 있음을 보면서 새삼 은혜를 받는다.
새 성전을 건축한 주의 종과 성도들에게 복을 내려주시고 교회가 계속 큰 부흥을 이루게 되길 기도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