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대상 두 동창
연구대상 두 동창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 부흥단장/서광교회)
  • 승인 2023.08.01 0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방송에서 ‘이제는 말할수 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내가 신학교 졸업 한지가 어언 40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나도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온 친구가 있다. 그가 돌아오니 생동감이 넘친다. 동창 채팅을 보니 동기 중에 너무 솔직한 박 목사님께서 글을 올리셨다. 그대로 옮겨본다.

‘이제 인사드리는데 신 목사님 한국에 오신 것을 멀리서 축하를 드립니다. 대학원 시험 볼때 제가 목사님 것을 컨닝 했지요. 목사님 아니면 영어시험 낙방하는 건데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잊혀지질 않네요. 만나면 식사 한번 쏠게요. 지금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타 신학을 다니던 중, 감리교 목회를 꿈꾸고 서울신학교로 편입을 하였다. 그때 보니 나이들이 지긋하여 교수인지 학생인지 구분이 잘 가질 않았다. 그때 내가 듣기로는 학생중에 40대가 20명이라고 하였다.

어느 개강 예배 때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우리반 송0광 전도사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그가 장학금 받을 실력은 아닌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들으니 ‘자식 많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었다. 이런 장학금은 인류역사상 우리학교가 유일할 것이다. 그 후 40년을 넘게 목회를 해왔으니 많은 변화가 생겨도 전혀 이상하질 않다.

나는 요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내가 잠을 청하는 노하우가 있다. 먼저 하늘나라 간 동기들을 세어 본다. 그다음은 은퇴한 동기들을 세어 본다. 마지막으로 아직 현직에 남아있는 동기들을 세어 보는데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아 슬프다.

내가 속한 서울남연회는 동기가 7명에서 지금은 나 혼자다. 쓸쓸하다. 외롭다. 나를 대변해줄 친구가 없다. 그러나 전체를 살펴보니 아직은 드문드문 남아있다. 우리가 공부하던 시절은 넉넉하질 못하였다. 등록금을 제때 못 내, 사무처에서는 이자를 받겠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학교 근처 중국식당에 들어서니 동기생 중에 자장면 먹는 모습이 왠지 부러웠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이 난다더니 세월이 흐른 지금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열매를 맺어 우리 동창들이 자랑스럽다. 먼저는 감리교는 감독정치인데 동창중에 감독이 6명이 나왔다. 그 자랑스런 동창 고신일 감독, 정승희 감독, 최재화 감독, 진인문 감독, 조대해 감독, 봉명종 감독이다. 강석봉 목사는 연회총무로 탁월했다는 평을 듣는다.

감리교 영성의 주역으로 부흥단장을 지낸 전용범, 최병현, 그리고 내가 있다. 개그작가 전영호 전도사가 늘 자랑한 박용완 목사는 아직도 방송에서 단골로 활동하고 있다. 갑자기 자랑스런 동창들을 생각하니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 가 떠오른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고인되신 이성봉 목사님은 ‘말로 못하면 죽음으로’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또한 감리교 창시자 요한 웨슬리는 설교가이면서 저술가였다. 그동안 나는 오랜 목회와 부흥사역을 해오면서 보고 느낀 것은 늦은 밤 피곤한 자리에서도 꼭 글을 남기는 일을 해왔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최근에는 김장환 목사님이 진행하는 모 방송 좌담 프로에 초대받는 영광을 얻었다.

이제는 동기들이 하나, 둘 은퇴하고 떠나는 지금 더 늦기전에 동기들의 좋은 장점들을 수면으로 끌어 올리는 일이 내게 마지막 주어진 사명이라 여겨져 용기를 내었다. 그동안 나는 부흥운동을 해오면서 이호문 감독님과 7~8년간 함께 일하였다. 한마디로 그는 유별나고 요란하였다. 이를 바라본 전명구 감독께서는 이 감독님에 대해 “연구대상”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동창들 중에도 특이한 사람이 많지만 평소 내가 유난히 눈 여겨둔 두 친구를 우선 세상에 알리려 한다. 나는 이들을 연구대상 이라고 부르고 싶다.

먼저는 엄상현 목사다. 그를 처음 특이하게 본 것은 신학교 채플에서 기도할 때다. 이해석 박사님이 뒤에 계시고 그는 앞에 나와 기도하는 도중에 “미친놈”이라고 하는데 나는 깜짝놀랐다. 내가 너무하지 않냐고 하니 그는 당시 시국을 혼란으로 이끈 독재정권을 향해 외친 것쯤으로 받아넘겼다. 어느날 신문 기사를 보니 광주서 목회 할 때 이한열 열사의 하관식을 집례하였다. 또한 사순절 때면 어김없이 40일 특별기도집을 보내준다. 나는 앉아서 보내준 자료집을 사순절에 잘 사용하였다.

그가 삼척에서 목회할 때 산불이 났다. 그는 앞장서서 피해 복구를 위해 모금운동에 앞장섰다. 훗날 여러 행사장에 가면 그가 찾아와 서예 액자와 또한 감독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귀빈 들에게 감사패를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보통은 윗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패를 전하는데 그는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언젠가 하디성회를 준비하는 모임이 종교교회서 있었다. 아침이라 식사가 부실한데 그는 포천교회서 김밥을 준비하여 대접을 하였다. 쉽지 않은 사랑의 실천이다. 평소 내가 인정하는 후배 정학진 목사는 엄상현 목사를 두고 볼수록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놀란 것은 몇 년전 정학진 목사가 중앙연회 부흥단장이 되어 일동교회서 취임식을 진행할 때다. 나는 순서를 맡고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엄 목사가 부단장으로 참석하여 앞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지금도 아이러니하다. 이런 저런 것을 종합하니 나는 아직도 그를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람 평가는 내가 하지 말고 주님께 맡기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미완성으로 더 두고 보려고 한다.

두 번째는 신명철 목사다. 내가 처음 서울신학교에 전학을 오니 거의 나이가 지긋한데 신 목사는 그중 젊고 인물도 좋고 깔끔하고 똑똑하게 보였다. 신학생때 제주도로 퇴수회를 떠났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즐기는데 그는 배 아래 갑판에서 정자세로 성경을 펴놓고 크게 읽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이 바리새인이 아니면 훗날 큰 목회를 할 사람으로 점을 찍었다.
1982년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이 열린 잠실야구경기장을 함께 찾아 8회 말 한 대화의 3점 말루홈런 친 것을 목격한 우리다. 웨슬레선교단이 서산 양지교회서 모였을 때 빌려간 32인승 버스가 논 두렁에 넘어져 대형사고가 날뻔했지만 하나님이 함께하신 기적을 경험한 우리다.

순간 헨렌 켈러의 말이 떠오른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로도 가득하다.’

훗날 나는 그를 서산 양지에서 내가 속한 서울 영등포 동작지방 ‘노량진’으로 끌어 올렸다. 그 후 그는 미국 뉴욕으로 갔다. 그때도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갔다. 아침식사를 대접받고 웨슬리단원들에게 전해달라는 테이프를 선물로 받아 그 짐을 가지고 성지순례까지 다녀오느라 큰 고생을 했던 일이 기억속에 남아있다. 어느날 친구로 부터 소식을 들으니 신 목사가 웨슬레선교단에 복단을 하였단다. 나는 급히 그에게 전화를 하니 충무 샤랑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MBN을 시청하다가 샤랑도가 나오는데 반했다면서 그래서 결심하였다고 한다. 그는 본래 서울 태생인데 그런 결심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이하다. 나이가 들어 병원이 멀면 어렵지 않냐고 물으니 그의 대답이 통쾌하다.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을 지키지 구질구질 병원에 다니면서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듣고 보니 끌리는 면이 있다. 자신은 이번에 강화 모 목사 집에서 모이는 모임에 참석해서 재입단을 하였는데 엄하게 심사를 받았지만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면서 원조인 내게도 들어와 새롭게 잘 해보자고 하였다. 최근 그는 동기방에 매일 아침 영문으로 말씀을 올린다. 혹자는 영어는 통하는 사람끼리만 나누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시대가 시대인지라 영어를 조금은 해야 한다면서 욕먹을 각오로, 사명감으로 매일 올린다니 퍽 특이하다. 연구대상이 맞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한 시대 같은 동창으로 만났으니 그야말로 흉 각각, 정 각각이다. 우리 동기들 중에는 특이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많다. 이정도로 정리하고 혹 좋은 평이 나온다면 그때 할일은 그때가서 정하고 싶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러나 나는 이직도 너무 부족함이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