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나눈 사랑의 미팅
여름에 나눈 사랑의 미팅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 부흥단장/서광교회)
  • 승인 2023.08.0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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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지난 7월 13일~14일, 내가 속한 바나바회 수련회가 전북지역에서 진행됐다. 첫날부터 폭우가 내려 네 번 식사하고 차 마신 것, 그리고 전주 국립박물관을 관람 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렇게 마친 것도 큰 은혜였고, 행사를 위해 여러 분들이 헌신하신 것 또한 돋보였다.

특별히 전주 호남제일교회 장로님의 식사와 선물, 그리고 정진희 목사의 사랑이 담긴 선물이 감사하다, 마지막날 박헌철 목사가 대접하려고 했으나 동기인 부안교회 김택신 목사가 찾아와 융숭한 점심식사와 차를 대접해 주었다.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이 된 것이다.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나는 집에 돌아와 감사의 전화를 드렸다. 그의 말인즉 얼마 전 연회 감리사들이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 장남 전남권 선교사가 잘해주어 고마움을 간직하다가 마침 아버지가 오셨다기에 나를 대접하려고 나왔다고 하였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종종 아들이 아버지 덕을 보는 일은 있지만, 아들 덕을 아버지가 보는 일은 드문 데, 이번은 그런 격이었다. 첫인상이 깔끔하고 진실한 목회를 할 것으로 보였다.

그 일 후에 페이스북을 통해 정학진 목사의 글을 읽었다. 내용인즉, 금번에 아내가 20년을 세 번 맞는 뜻깊은 생일을 맞았는데 두 자녀가 어머니를 위해 귀한 자리를 마련해줘 행복했다면서 아내가 교직에 있어 시간 내기가 늘 어려웠는데 이번은 방학을 이용하여 모처럼 해외여행을 계획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성장한 자녀들을 보면 이해는 되지만 사모님은 동안이라 40~50대로 보았는데 그렇다니 믿을 수밖에 없다.

순간 내게 지혜가 왔다. 뜻깊은 날에 저들을 초청하면 그동안 진 빚을 조금은 갚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와 상의하고 내 뜻을 전하였다. 그는 고맙다면서 아내와 상의하여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상하게 내 주변의 남자들은 한결같이 아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 같다. 직통이 별로 없다.

그 후에 연락이 왔다. 계획한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만나자며 날짜를 잡았다. 우리 부부는 8월어느날 서울 새빛섬에 일찍 나가 그들을 영접하였다. 아내는 모임 장소에서 축하의 분위기를 맘껏 준비하였다. 나는 폭염에 입구에 30분을 서서 기다렸다. 늘 대접만 받다가 대접하는 위치에서니 깨달은 바도 있다. 우선 입구서 식당까지 200m 정도지만 정박사 부부와 6인승 차를 타고 입장하니 새로운 분위기다. 무더운 폭염 속에 우리는 사막의 오아시스를 경험하며 식사와 차를 마시면서 5시간 반을 행복하게 보냈다. 피서가 따로 없고 이런 때 행복이라는 노래가 어울릴 것 같다. 사모끼리 나눈 대화 중에 명동 콩국수를 먹고 싶다고 한다. 나는 오늘같이 좋은 날 바로 가자고 하였다. 오늘 하루라도 초청했으니 기쁨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정 박사는 야행성이라 오전에 쉬는데 약속때문에 나왔다며 사양한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좋아하면 가겠다고 한다. 사모님은 최고의 남편을 만난 것 같다. 그동안 목회하느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설령 있을지라도 이 한마디로 다 풀릴 것 같다. 오늘 만큼은 아내를 즐겁게 해줘야지 하는 그런 눈빛이 느껴졌다.

우리는 저녁 가까운 시간에 그 곳을 떠나 각자 집으로 향하였다. 정 박사가 졸지않고 잘 가는지 궁금하여 소식을 물었다.

“오늘은 1년 365일중 가장 소중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부디 행복하시고 성전 건축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 지시길 기도드립니다”

들으니 금년에 일동교회가 성전을 건축하는데 본인이 5천만원, 사모님이 자녀들 이름으로 2천만원, 목회자 가정에서 7천만원을 드리기로 약속했다니 정말 쉽지 않은 결단이다.

답이왔다. “저희는 너무 졸려서 별내 휴게소에 잠깐 왔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내도 모처럼 그렇게 기뻐하네요. 저희 인생에도 길이 남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추억 만들어 주셔서 무량 감사드립니다. 목사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이런 답으로 돌아오니 돈 벌어 할 일은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일동교회가 은퇴목사를 10분 모시는데 세분이 계시니 나에게 은퇴 후에 오라고 한다. 은퇴전부터 오라는 곳이 있으니 나는 행복하다.

잠시뒤 ‘자민’ 이름으로 카톡이 왔다. 볼까 말까 하다가 열어 보았다. 사모님의 글이다.

“목사님, 사모님 감사합니다.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받을 자격없는 부족한 사람 챙겨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나 역시 답을 보내 드렸다. “정 목사님, 사모님! 지금 제 마음이 작은 것 계획하고도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네요. 부디 행복만 넘치시길 바랍니다”

이런 때면 복음송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찬양 가사가 내 마음을 두드린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순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 듯이 예수님처럼 바울처럼 그렇게 살순 없을까’

“이 두분에게 은혜 베프사 행복한 목회여정 되게 하소서”,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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