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셔서 다행이에요”
“퇴원하셔서 다행이에요”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 부흥단장/서광교회)
  • 승인 2023.08.2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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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연일 시끄러운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가끔은 감동을 주는 좋은 일도 있지만 그 보다는 흉직한 일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금번 신림동 등산로 사건만 봐도 그렇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가 봉급을 타면 부산에 사는 어머니께 용돈을 보내주는 착한 동생이라고 오빠는 말한다. 얼마 전 여동생과 대화하면서 동생 집이 등산로와 가까워 위험하니 늘 조심하라고 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말을 잇 질 못한다.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다.

나는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아 평생 두 교회에서 목회하고 은퇴를 할것으로 예상 된다. 신학교 1학년을 마치고 방학과 함께 강경지방 성민교회에 첫 목회를 나갔다, 목회 기간은1974년 11월 31일(주일)부터 1975년 10월 17일 새벽까지, 그날 논산 연무대 수용연대로 입소하였다. 군대를 전역하고 돌아와 서울 신대방동에서 개척, 1979년12월 1일(토) 새벽부터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다. 시골교회를 섬길 때는 주보를 가리방으로 긁었는데 서툴러서 고생을 많이 했다. 서울에서 개척을 하면서는 주보는 교회의 얼굴이고 왠 만한 소식은 이곳에 전할 수가 있어 주보사 선정에 신경을 썼다. 그 당시 나와 한 지방 이웃교회 권 목사님 소개로 봉천동에 위치한 주보사를 소개받아 1980년부터 어언 40년을 하였다.

우리는 사이좋은 잉꼬부부처럼 한 번도 주보 때문에 신경을 쓰는 일은 기억에 없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과거에 주보비를 보냈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가 몇 달 후에 안 받았다고 한다. 영수증을 확인하니 틀린 계좌로 잘못 보낸 것이다. 은행에서 찾아 주보비를 주려고 하니 은행법에 통장을 가진 본인만이 인출을 할 수가 있었다. 신고는 해 놓았지만 사용하지 않는 통장이면 영원히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교회서는 지출을 하였고 어려운 내 입장을 알고는 한달치를 면제해 준적이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0년이면 강산이 4번 변할 수가 있는 기간이다. 돌아보니 아버지가 경영하던 것을 아들이 군대 전역하여 맡아서 하였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고 할까, 안정된 세습을 이루었다. 그런데 시대의 변천사 일까,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개척교회들이 주보를 자체적으로 만들다 보니 주보사가 경영란에 직면하였다. 곧 문을 닫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주보를 만들 줄 몰라서 은근히 걱정을 하였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말을 꺼낸다. 우리는 경영을 끝내고 신림동 새 회사로 판을 넘겼으니 그곳에서 계속하면 된다고 한다. 나 같은 성격은 바뀌면 새로 적응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선은 감리교인이 경영한다고하니 안심이 되었다. 또한 나와 형제로 지내는 그 지방 목사에게 주보사에 대해 물으니 좋다고 칭찬 해 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인계가 되어 지금은 아무 걱정없이 주보를 맡기고 있다.

늘 친절하고 거의 틀리는 부분이 없다. 얼마전 내게 감동을 주는 일이 있었다. 우리교회 성도가 다리를 수술하였다.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제일 먼저 면회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면회가 안된다며 기도를 부탁하신다. 그러면 퇴원하는 날 내 차로 모신다고 하니 토요일이라 자녀들이 온다며 끝내 사양하신다. 그러나 서로는 마음이 통한다고 믿는다. 그 어느 때 보다 교회서 열심히 기도하였다. 그리고 수시로 전화하여 근황을 묻고 기도를 해 드렸다.
그 성도님의 입원과 퇴원이 주보에 나왔다. 그런데 얼마 전 주보를 교정하는데, “성도님이 퇴원하셔서 다행이예요” 이런 문자가 와있었다. 주보사는 우리 성도님 얼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실 텐데 이 글이 담임 목사인 내게는 퍽 따스하게 다가왔다. 이 마음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같이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는” 마음이다. 그 순간 내게 이런 마음이 왔다. 이 기업은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모든 교회와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곧바로 그 성도님에게 주보사에서 이런 문자가 왔다고 전하니 무척 기뻐하신다.

“주여, 나도 이땅에 사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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