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화작가 박은자 사모
인터뷰/동화작가 박은자 사모
  • cwmonitor
  • 승인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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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쓰고 싶어요"


박은자 사모(44)에게선 들꽃향기가 난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함 속에 정겨운 향기가 숨겨져 있는 들꽃. 그는 그런 들꽃같은 향기를 지닌 여자다.

박은자 사모는 목회자의 아내다. 동시에 꿈과 희망을 잃고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그 옛날의 꿈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본보에서 주관한 제20회 신인문예상에서 동화부분 가작을 수상, 당당하게 작가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최근에는 동화집 "풀이 된 흙장미"를 출간, 주변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린 시절 이 땅의 가난하고 아픈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동화를 쓰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그 약속을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나이가 돼서야 지키게 된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하나도 없어요. 돈이 있건 없건, 건강하던 안하던 하나님 앞에선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지요. 그런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특히 사람들의 무심함 속에서도 해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피워내는 들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쓰고 싶어요."

박은자 사모는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결혼하기 전 같은 교회에서 함께 교사생활을 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만"을 섬기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은 꼭 지키는, 누구보다도 교회에 충실한 학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피아노 학원을 차렸다. 그러던 어느날 박은자 사모는 우연히 집 가까이에 있는 절 하나를 알게 됐고 그 뒤 계속 그 절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당시 저는 여섯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피해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 절에 계시던 스님은 제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조용한 뒷방을 내주시곤 했지요. 아마 그 때 저는 제 삶으로부터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나봐요."

그는 피아노 학원을 하면서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나 매번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래서 문학공부를 제대로 해보려는 욕심에 대학에 진학을 했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살 때였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공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2학년에 접어들자마자 휴학을 하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맺게 된 절과의 인연은 휴학을 하고 나서도 계속됐다. 어느날 포교당에 가게 된 박은자 사모는 불교예법을 가르치고 있던 한 청년을 만나게 됐다. 그는 군법사 후보생으로 온양지방 불교청년회를 창립하기 위해 모임을 조직하고 있었다. 장로의 딸이었던 박은자 사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장차 불교계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던 그 청년을 사랑하게 됐고 결국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됐다. 남편은 결혼 후 군법사의 길을 포기하고 사병으로 군대에 입대했다. 남편이 군대에 간 사이 박은자 사모는 임신한 채로 복학,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학교를 마쳤다.

인생의 목표를 불교에 걸었던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다. 박은자 사모의 권유에 따라 남편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잠꼬대로 불경을 읊을 정도로 절에 다시 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날인가부터 기독교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신학공부를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지금껏 불교를 공부했으니까 기독교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고 판단하는게 어떻겠냐구요. 신학을 공부해도 예수님이 안 믿어지면 그 때가서 그만두라고 그렇게 말했죠."
다행히도(?) 남편은 석사과정을 마칠 쯤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다. 남편은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곧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박은자 사모는 남편의 학비를 벌기 위해, 집안살림을 하기 위해 피아노 학원을 계속 운영했다. 평생 쓰고 싶던 글은 쓸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느껴지던 어느날 박은자 사모 가정에는 또다른 시련이 닥쳐왔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이며 살던 집까지 내놓고 겨울에 보일러도 땔 수 없는 형편으로 전락하게 됐다. 너무나 힘든 생활이 계속됐지만 박은자 사모는 그 때 비로소 하나님께 진지하게 무릎을 꿇게 됐다고 고백했다. 도저히 희망이 없어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그는 남편이 학업을 강행하도록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은 하나님께 현실의 고통을 호소하는 기나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 97년 박은자 사모는 그동안 써왔던 편지들을 묶어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편지를 쓰면서 그동안 잊고 왔던 글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짬짬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의 공부도 끝나고 살림도 이제 다시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이제 남편은 개척준비를 하고 있지요. 여기저기 초청자리도 많았지만 남편이 온양에서 목회를 하고 싶어해요. 그 옛날 불교청년회에 가입했던 청년들을 다시 예수님 품으로 전도하고 싶대요. 남편이 산보다도 더 듬직한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산에 핀 진달래보다도 더 환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제가 옆에서 힘껏 돕고 싶어요."

박은자 사모는 지난해 호서대학교대학원 신학과에 입학했다. 성경동화를 쓰기 위해 신학적인 배경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 자신의 모든 꿈은 주일학교 시절 성경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박은자 사모는 그래서 교회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까지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성경동화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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