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의 역할을 기대하며
KNCC의 역할을 기대하며
  • cwmonitor
  • 승인 2004.1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완 목사/서울순복음교회’

지난 60년대 이후 대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한국교회를 대변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시국적 현안들을 대처함에 있어서 그 정체성의 모호함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KNCC가 창립 이후 최근만큼 그 정체성과 역할이 모호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KNCC는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운동 기관으로서 해방 전후의 사회 혼란기와 6·25 남북전쟁과 그 서슬퍼렇던 70-80년대의 군사독재와 맞서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 도시빈민선교와 노동자선교, 또한 북한선교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른 교계단체와 구별되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일부 보수권 일각으로부터 정치성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교회는 여전히 KNCC의 활동에 큰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각종 현안들을 대처하는 KNCC의 모습은 교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염려의 목소리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단적인 예로 국가보안법 폐지문제에 있어서 KNCC는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요 회원 교단인 KNCC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성명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KNCC의 가입교단은 예장통합, 기장, 기감, 구세군, 성공회, 복음교회, 정교회, 기하성인데 이들 교단 소속 교회수는 총 16,500여개에 이르고 그 중에서 예장통합, 기감, 기하성 소속 교회 수는 14,500여개에 이른다.

이런 회원 교회들이 이미 KNCC의 주장과 달리 보안법 철폐 반대와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 KNCC는 기장 등 2,000여개의 소속교회만을 대변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러고도 어찌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 연합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회원 교단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국보법 폐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사실상 KNCC는 회원 교단들의 견해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이 KNCC가 회원 교회들의 뜻을 무시하고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독단적 행보를 계속한다면 KNCC는 한국교회 안팎에서 주도권을 상실해 갈 뿐만 아니라 결국 회원 교회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KNCC가 작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좌표 설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KNCC는 시대적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사역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과거 KNCC가 힘써왔던 민주화 투쟁이나 인권문제들은 오늘날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탈피하여 노선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과거 선배들의 투쟁 일변도의 의식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섬김의 정신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교회의 연합과 일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역을 각 계층과의 연대 속에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KNCC는 회원 교단과의 더욱 긴밀한 대화와 운동을 펼치면서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협의체로서의 KNCC는 회원 교단과는 별개이고, 실제로 활동하는 실무진 중심의 사회단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KNCC는 회원 교단의 협의구조를 통해 사역을 해야 하고, KNCC 운동은 더욱 더 교단을 배경으로 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기총과의 통합의 문제에 있어서 필자의 소견은 KNCC와 한기총이 역사적으로 다르게 걸어온 행보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논의구조 등을 고려해 볼 때 양 기구의 통합 문제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를 대표하는 ‘하나의 한국 교회’의 필요성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고, 더 나가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통한 ‘한국교회의 교회됨’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두 기관의 통합은 점진적으로 반드시 이루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기구적인 일치보다는 연합 선교사업 등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치가 무르익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KNCC의 위상과 정통, 그리고 필요성을 인정하며 KNCC 활동에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런 한국 교회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앞으로 새로운 정체성 정립은 물론이거니와 내부적인 체제, 사업, 재정 등 전반적인 정비와 보완을 통해 KNCC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sfgch@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