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보다 빈번히 발생하는 폭염과 폭우, 극심한 가뭄, 강해진 태풍과 홍수 등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자연재해와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는 모든 창조물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긴박한 문제이며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 시대의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며 성경에서는 어떠한 지혜를 찾을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사역, 특히 십자가 사건을 통한 구원 사역을 중심으로 그들의 정체성과 사회 속에서의 역할을 구성해 왔다. 현재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성경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한 구원의 영역에 대한 이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신학적인 토대를 설립한 사도바울은 골로새서 1장 15절~20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물(πάντα)"또는 모든 “피조물(κτίσις)”을 화해시키는 유일하신 그리스도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모든 피조물의 궁극적인 회복과 화해가 시작되는 사건이며 이러한 화해의 완성은 미래적이며, 비밀 안에 감추어져 있다(20절). 사도바울은 로마서에서도 모든 피조물의 해방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종말론적인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로마서 8장 18절~25절에서는 인류와 모든 피조물이 운명공동체임을 알릴 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아들들(τῶν υἱῶν τοῦ θεοῦ),” 또는 “하나님의 자녀들(τῶν τέκνων τοῦ θεοῦ)”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선포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아들들, 자녀들”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분명히 사도바울은 로마서 8장 14절에서 하나님의 영(성령)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 즉,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밝히고 있다.
신약학자 로버트 제웨트(Robert Jewett)는 그리스도인의 변화된 생활 습관(생태친화적인 삶의 방식)과 개정된 윤리(타자 중심적인 삶의 윤리)는 생태 체계를 회복하기 시작하고 잘못된 불균형과 죄로부터 돌아서게 하기에 모든 창조세계가 “하나님의 자녀들”인 그리스도인을 고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창조세계의 궁극적인 해방과 구원은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에 의해 완성되겠지만 사도바울은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창조세계를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세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시작된 구원의 드라마에서 단순한 엑스트라가 아닌 인간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로 시작된 이 구원의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공동주연이다. 창조세계의 회복과 화해에 대한 강조를 통해 지나치게 인류를 향해 기울였던 무게추를 옮겨, 이제는 우주적 구원을 고려한 기후 위기 대응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장신대 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