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카드
어머니와 카드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 부흥단장/서광교회)
  • 승인 2023.11.29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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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캐더린 피셔는 인생을 4계절로 구분하여 봄철과 같이 싹트는 어린시절, 여름철과 같이 자라나는 청소년 시절, 가을철 같이 열매 맺는 장년시절, 겨울과 같은 노년시절이 있다고 했다.

내가 장년 시절 이라면 당연 어머님은 노년시절을 보내고 계신 것이다. 정철의 시에서 말한 대로 효는 살아 계실 때 다해야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말과 같이 쉽지가 않다.

가나안 농군학교의 창시자 김용기 장로님이 실천했던 효 4가지를 기억하며 실천하려 애를 써 보지만 말이다.

첫째, 경험이 많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중 에는 지혜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잔소리로 여겨서는 안된다. 둘째, 늙어지면 몸과 마음이 약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섭섭해 하므로 부모님이 노여워할 만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셋째, 나이가 들수록 갖고 싶은 것이 많고 먹고 싶은 것이 많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용돈을 자주 드리고 맛 있는것 있으면 먼저 대접한다. 넷째, 자주 씻어도 몸이 가렵기 때문에 등을 자주 긁어 드린다. 단순히 가려운 곳을 긁어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이용해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하라. 성공 전에 참다운 인간이 되라.

요즘 우리사회는 노후 생활을 풍자한 말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 아들 하나둔 엄마는 있을 곳이 없어서 양로원에서 사망하고. 아들 둘을 둔 엄마는 모시기를 서로 미루는 바람에 이집 저집 다니다가 길에서 사망하고. 딸 하나둔 엄마는 딸 집에서 설거지 하다가 싱크대 앞에서 사망하고. 딸 둘이나 셋둔 엄마는 해외 여행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 메달 이라 한다.  나는 하필 목메달에 해당된다. 어느것 하나 신통한 말이 별로 없다. 왠지 씁씁 하기만 하다.

이틀전 어머니하고 통화 할때만 해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니 오늘 오전에 여동생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머니하고 서울 병원에 올라와 알려만 주는 것이라 한다. 나는 기회를 놓치면 후회로 남을까 싶어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마침 치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신 중이라 하여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식사를 마친후 어머니는 가방을 가져오라 하시더니 복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어 형에게 주며 점심을 어머님이 사신다면서 여기에 들어있는 카드로 결재를 하라고 하셨다.

“어머니, 제가 점심 사려고 왔어요”, 오늘은 내가 사겠다고 말하고 여동생에게 카드를 주워 결제하고 오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못내 아쉬워 하시면서 “내 카드로 결재하면 혜택이 많아” 하신다. 이 식당에서만 내 카드로 결제하면 만원에 천원 정도 적립을 해준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카드 주세요 어머니 카드로 결제는 하고 식사비는 현금으로 제가 드릴게요, 라고 말씀을 드린후 형수에게 내 카드를 전해 주었다, 형수가 프론트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그런 혜택이 없다며 그냥 가지고 온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어머니가 연세가 드셔서 정신이 오락 가락 하나 싶어 나는 마음이 덜 좋았다. 어머니는 혼자말로 내가 잘못 알았나 하시더니 식사비 내려고 내가 꾸민 거라며 말씀하셔  한바탕 웃기도 하였지만 마음 한편은 찡하기도 하였다.

이세상 부모 마음은 다 같다고 본다, 특별히 한국의 어머니들은 특별하다면 과언된 말일까?

통계청 보고를 보니 전국에 100세 이상 생존자가 1800 여명이라 하는데 나의 어머님도 이 대열에만 설 수 있다면 1차적으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다.

오주님, 우리 어머님을 지켜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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