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 한 그루
월계수 한 그루
  • 勁草 한숭홍 (장신대 명예교수, 시인)
  • 승인 2023.12.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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勁草 한숭홍 (장신대 명예교수,시인)
勁草 한숭홍 (장신대 명예교수, 시인)

 

 

 

 

 

 

 

그는 도살용 칼로 내 가슴을 난도질했다1)
그러나 피를 쏟아내며 절규하던
그 당시의 고통보다 더 나를 괴롭혔던 건
귀신의 몰골로 다가오는 도살자의 얼굴

그때마다 내지르는 나의 이 피맺힌 절규
덧난 염증에서는 누런 피고름이 흘러내렸다
이미 나는 이 깊은 상처로 병들었고
온갖 수모를 겪으며 몹시 심약해 있었다

영혼에 겹겹이 채워진 공간 속에서
살아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허상 같은 나
깊어진 상처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고
고통은 나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밤마다 괴로움과 서러움에 울부짖었고
어머니도 새벽기도를 올리며 한없이 울었다
어머니는 내가 편견의 우리를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의지와 용기, 희망과 자신감을 내게 심어주었다

어머니는 악을 두려워하지 말고 선으로 이기라며2)
매장되어 죽은 내게 나의 원형을 되찾아 주었다
나는 세계 어디를 가나 강인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월계수 한 그루씩을 심었다              

──────────
1) 나는 걸음마를 뗄 즈음에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 오른발로만 조심스레 발을 떼야한다. 1955년, 중학교에 36등으로 합격했으나, 교장 선생은 “우리 학교는 주판을 놓는 학교라 ’불구자(교장의 표현)‘는 안된다.”며 불합격 처리해 버렸다. 어머니는 “주판을 손으로 놓지 발로 놓느냐, 우리 아들은 발하나만 못쓰지 손은 멀쩡하다.”라고 항변했으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극심했던 교장은 ‘不具者入學 絶對不可!’라는 완강한 태도로 궤변만 늘어놓았다. 며칠이 지나 언론 취재가 시작되는 낌새를 눈치챈 그의 태도는 돌변하였다. 이 사건이 내게 밀어닥친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중학교 내내 등하교 때마다 교문은 나를 짓눌렀다. 어린 마음에 교문이 지옥문처럼 느껴졌다. 2학년 말경에 서정권 선생님이 교장으로 부임하고 다수의 교사가 교체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2) 롬 12:21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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