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가롯유다
현대판 가롯유다
  • cwmonitor
  • 승인 200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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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관 부장

한 목회자의 학력의혹보도가 나간 후 독자의 관심이 뜨겁다. 전화가 연일 쇄도한다. 그러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독자들의 심정은 답답해한다.
“당사자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무슨 조치를 내렸거나, 아니면 당사자 본인이 밝힌 해명 같은 것은 없었나요” “어쨌거나 무슨 반응이든 있었을 것 아닙니까?”
답변할 수 없다. 모두가 묵묵무언이니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답답하다. 눈치껏 잠시 엎드려 있다보면 금방 잊혀지는 일이라고 여기는 까닭일까. 시간을 벌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쉬쉬하며 덮고 넘어갈 문제가 더더욱 아닌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타깝다. 어떻게든 이 학력문제는 짚고 넘어가야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독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 독자의 문의가 있을 때마다 숨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의 정부가 끝날 무렵, 국무총리에 발탁된 한 여신학자의 학력기재사항이 문제가 되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국회동의 과정에서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와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이 동명학교로 기재돼, 급기야 도덕적 양심에 휘말려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비서진이 실수한 불씨 하나가 일격을 가한 사건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기독교계 대표기관을 자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전체가 온통 엉망인 한 중책인사의 학력문제를 공론화 했는데도, 아니 작은 실수가 아닌데도 지금껏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고 이런 것 쯤이야 하고 가볍게 넘기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심과 아량이 만성화돼 판별능력마저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기독교계 유력한 기관으로서 바른 자세가 아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을 미적미적 머뭇거리다 되레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삶의 원칙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보고 있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화가 몰아쳐 온다. 명실상부한 기관에서 내리는 조치는 한 개인이 아니고 한국교회전체의 적절한 조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욕을 먹는다는 것쯤은 그만 두고라도 복음화 운동에 큰 흠이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권위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건강한 한국교회를 유지시키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한국교회가 바라는 일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 가르침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의 발전과 희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말아야 한다. 오해 없기 바란다. 감정적으로 풀려는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열두제자 중 가롯유다는 스승으로 섬기며 따랐던 메시아 예수를 은 30냥에 팔아 넘겼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돈을 뿌리치지 못했다. 수중에 들어온 돈을 만지작거리지만 일말의 양심만은 떨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도 한국교회 주위에는 현대판 가롯유다의 행색을 일삼는 부류의 사람이 비일비재 하다는 사실을 대표기관은 직시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하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사고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항간에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단이란 명분을 내세워 그 교회에서 빼내는데 일인당 3-4백만원의 수고료를 가족에게서 받는다고 한다. 기가 막힐 일이다. 10명이면, 100명이면…. 어림잡아도 큰 돈이다. 부풀린 소문치고는 구체적인 사례도 있다. 이렇다면 예수의 이름을 내세워 장사판을 펼친 현대판 가롯유다의 전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문의 진상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이런 일이 현재 백주에 일어나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때 가서 따질 일이라고 할 것인가.

성직자는 교회라는 기관을 장사 수단으로 활용하여 돈 앞에서 신앙과 양심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시골의 무명청년 예수는 돈이나 재물로 복음을 전파하지 않았다. 관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복음을 가르치면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모진 고통을 감내하면서 희생하기까지 죄인을 껴안으며 용서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제멋대로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우고 자기는 하나님의 권위 뒤에 숨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무리가 포진해 건강한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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