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의 자식들아!"
아니, 어떻게 이렇게 심한 말을. 익숙한 문장이지만 한 번도 따로 떼어서 연구해보거나 묵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급하고 나름의 정의감(?)으로 타오르는 성격에 섭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여긴 까닭입니다.
"요한이 많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세례 베푸는 데로 오는 것을 보고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마 3:7)
오늘 아침 세례 요한이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에게 쏟아낸, "독사의 자식들아"라는 말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이렇게 심한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게 심한 말을 입에 담거나(?) 내뱉지는 않았습니다만 마음에는 그보다 심한 말을 품거나 간직한 적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 앞에 저절로 숙연할 따름입니다.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막 7:20-23)
다만, 나름의 교양과 품위, 그리고 체면과 목사라는 직분 때문에 참거나 때로는 귀를 막거나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을 뿐입니다. 약간 색을 입혀서 포장하거나 점잖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놈 안 잡아 가고?" 주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4-37)
마음에 선한 것을 쌓기를 힘써야 할 까닭입니다. 악한 것을 쌓으면 부지불식간에 쏟아내기 십상입니다.
세례 요한이 당대 타락한 교계 지도자들인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에게 쏟아낸 엄청난 언사에 이러쿵저러쿵 시시비비할 생각이 없습니다. 능력도 없을 뿐아니라 깜냥도 안되닌깐요. 다만 "말의 힘"에 따르면 예수님의 선구자로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예수 그분은 흥하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목숨을 걸었던 세례 요한이 아니라면 쉽게 입에 담을 말은 아니리라.
왜요? 말은 마음과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힘이 있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부드럽고 온유하면 내 마음도 부드럽고 온유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심하고 독한 말을 내뱉으면 그 사람의 마음 또한 강팍해지고 거칠어집니다. 경험적으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 아닙니까? 그러므로 은혜를 받은 사람답게 말하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으로 받은 구원의 은혜와 축복을 가장 먼저 나타내는 것이 바로 말이니까요.
다시 말씀합니다만, 세례 요한의 불 같은 선포에 시비하거나 토를 달 생각도 능력도 자격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고 삼가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데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
오늘 하루도 누군가 내 말을 듣는 사람 하나라도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려내는 신령하고 신실하며 향내 나는 삶이 되시기를 빕니다.(요 6: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