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합니다. 요즘 왼쪽 어깨 뒷부분이 불편한데,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특정한 방향으로 손을 뻗으면 굉장한 통증으로 "아흑"하고 나도 몰래 소리칩니다. 그리고 왼쪽 옆구리 등쪽 부분이 담이 든 것처럼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스트레칭도 해보고 만져도 보았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 손으로 붙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어젯밤에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아내에게 손바닥만한 대형 파스를 내밀었습니다.
"병원을 가봐라", "다음 병원 예약이 언제냐?", "이것 붙여서 해결이 되겠느냐?"
걱정 반 잔소리 반 끝에 아내가 붙여주는 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에 어젯밤에 붙인 대형 파스를 떼어보니 아니, 이럴 수가? 파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하고 다른 곳에 붙인 것도 떼어보니 역시나 어깨에도 옆구리에도 모두 껍데기만 붙어있을 뿐입니다. 알맹이가 없습니다. 떼어 낸 껍떼기를 들고 서재에서 독서 중인 아내게게 갔습니다.
"여보! 아니, 당신 이것만 붙였어요?", "아니, 그럼 다른 것도 붙이는 거예요?", 넉살도 없는 아내가 "플라시보 효과는 있었어요?"
"플라시보는 무슨?", "왜 이 파스는 시원하지 않지?" 하고 잠들기에 바빴죠. 그리고 오늘 아침 세례 요한이 외치는 음성을 듣습니다.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9)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입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자손입니다. 우리 조상은 아브라함입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자손인 선민입니다.
선민의식!
하나님께 선택 받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선민의식은 양날의 칼입니다. 잘 사용하면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서든지 낙심하지 아니하고 굳게 설 수 있는 자긍심과 자존감의 원천이 됩니다. 어떤 조건에서라도 생명이 역사하는 삶을 살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참고, 견디고, 인내하며, 살아낼 수 있는 소망과 위로가 작동되는 신비한 능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언약하신 대로 축복의 통로로 사용될 것입니다. 생명의 향기를 발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고후 2:15-16)
잘못 사용되면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로 전락할 것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시킨 "게토"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선민의식을 오남용한 유대인이나 믿음의 능력과 축복을 오해한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경고의 음성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도다"(롬 2:24) 주님께서는 한 술 더 뜨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 맛을 잃은 소금, 앙꼬 없는 찐빵, 속 알맹이 없는 파스, 생명의 향기를 잃은 그리스도인.
세례 요한은, 축복의 통로가 될 사명과 책임을 방기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에게 소리칩니다.
"껍데기는 가라!"
플라시보 효과는 모르겠고 순간 착각한 아내 덕에 오늘 아침 묵상 메시지가 분명하고도 선명해졌으니 그것 참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껍데기는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