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상과 ‘거리 둬야’
교회 세상과 ‘거리 둬야’
  • cwmonitor
  • 승인 200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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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문제는 교회다움과 교회지도자다움의 상실이며, 따라서 교회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길은 바로 교회가 세상과 항상 긴장 관계아래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교회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소장 이인성 교수)는 ‘교회 사역과 목회자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20여명의 신학자 등 발표자들이 참여한 제13회 전국 목회자 세미나(2월14-18일)를 개최, 지난 17일 발표에 나선 숭실대 기독교학과 박정신 교수는 이같이 밝힌 뒤, “한국교회는 해방이후 세상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삶의 본보기로서 목회자의 리더십’이란 논문을 통해 최근 대형교회의 재정 불투명과 세습, 목회자의 부도덕과 비윤리적 언행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사고 있는 우리 기독교의 현실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가를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굳이 박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해방 전에는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았는데 왜 오늘날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는가는 굴곡 많은 우리의 현대사와 역사적 과정과 배경이 오히려 잘 설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교회와 세상 사이의 창조적 긴장(creative tension)이나 비판적 거리두기(critical distance)라는 관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먼저 구한말 우리의 유교사회에 들어온 기독교는 수직적인 유교질서와 수평적인 예수 그리스도로 대변되는 기독교의 가르침 사이에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출신성분과 성, 나이 등에 구분과 차별이 심했던 구한말 사회에서 기독교는 반유교적 진취적 개혁세력이었으며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도 교회는 조선 최대의 조직공동체였으며 반일 혁명의 온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제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또 교회는 식민질서와 긴장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교회지도자들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에게 기독교를 전해준 미국의 군정과 교회장로였던 이승만 정권이 ‘친기독교적’사회분위기를 남한 사회에 팽배하게 했다. 교인수가 전체인구의 10%도 안되는 기독교인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 입법부와 행정부 각료의 40%를 차지했으며, 제헌국회 개회식에서 기도순서가 생겨나고 대통령은 헌법 대신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들어 목회자들의 정치참여와 발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선거에 뛰어든 목회자들은 당락에 관계없이 하나같이 목회자의 품위와 영성을 크게 손상시켰다.

현재 한국교회 안팎에서 “교회는 갱신·개혁돼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교회갱신이나 개혁을 부르짖고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조차도 ‘한국교회 문제’의 본질이라는 큰 산을 보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실익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제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우리는 교회의 개혁과 갱신이 비판적 거리두기이든 창조적 긴장관계 유지이든 간에 무엇보다도 교회 지도자들의 영성과 건강성이 회복될 때, 또 교회 지도자들의 현실 정치참여에 대한 ‘불가근불가원’ 원칙이 보다 상식선에서 지켜질 때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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