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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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wmonitor
  • 승인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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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관 부장

요사이 교계 광고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경제한파의 영향 탓이라 자위하면서도 죽을상을 짓고 있는 광고란을 보면 막연한 불안감부터 엄습해 온다. 과연 기지개를 활짝 펼 날이 올 것인가.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묘안은 또 없는 것일까, 이리저리 고심해봐도 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요즘의 광고시장은 여전히 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신문사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했던 막강한 영향력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영향력은 차치 하고라도 그 긴 침묵은 우리의 처지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여지없이 흔들어버린다. 생계유지에 제동이 걸리면서 어찌보면 문서선교의 사명감은 호구지책 다음에 생각해 볼 사명쯤으로 보인다. 그만큼 광고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무슨 광고를 사명감과 비견 하냐고 물을 것이다.

자사 같은 경우, 초교파신문으로서 어느 재단이나 단체 등의 재정적 후원 한푼 없이 오직 구독료와 광고수입금으로 유지해야 하는 순수 비영리사업체다. 이러다 보니 자사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큰 비중을 광고수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사명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당하는데 쓰는 강력한 도구중의 하나가 즉 광고=밥이라고 여기는 까닭에서다. 생명에너지의 원천이 막히면 아무리 믿음이 좋고 선교사명이 불타오르고 있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
일터. 그래도 우리는 복음의 전선에서 이러한 사정들을 숨겨가며 남은 힘마저 다 쏟아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발버둥친다. 그 힘의 한계가 다 달아 때로 역부족을 느끼면서도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여전히 그 힘은 벅차기만 하다. 그냥 놔 버리고 “차라리 폐간하라”는 말도 항간에 있다. 쉽게 내뱉는 그 말은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하겠지만, 자사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은 어려움을 참아내는데 큰 힘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운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단골 광고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자리에서 밝힌다. 우리로선 늘 고맙게 생각하는 고객이다.

잠시, 광고이야기 하나. 얼마전까지만해도 광고시장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물론 불경기와 맞물려 광고수주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 해도 교계광고시장의 정서가 이렇게까지 메마르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교회행사가 있거나 매해 절기때가 되어서 편집의 수장이 회사의 형편을 토로하며 으레 광고부탁을 하면 당장 “아! 도움을 어떻게 드릴까요” “일단 살려놓고 봐야지요.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요긴한 자금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주 유용한 도구였고, 힘을 얻는 큰 에너지원이었다. 그러나 이 부탁은 묘하게도 불경기와 함께 이제 옛일이 되었다. 요즘은 오랜만이라도 “목사님, 안녕하셨지요” “아, 예 저 지금 바쁘거든요, 나중에…” “딸깍!” 글쎄, 서두를 꺼내기도 전에 수화기부터 내려놓는다. 광고부탁이 아닌데도 지레짐작으로 전화 끊는 일이 빨라진다. 편집장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터에 광고시장이 더더욱 맥을 못추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취재차 기자가 찾아가도 이거 광고얘기 하는 거 아닌가하고 눈치를 보기 일쑤다. 꼭 앵벌이(?)같다는 말을 기자들 사이에서 자주 듣곤 한다. 그래서 자사는 취재와 광고의 선을 분명하게 그어 놓았다. 취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한 자사의 입장은 조금 억울한 부분이라 하겠지만, 스스로 주는 광고 외에 어떤 광고도 부탁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광고 때문에 제발 칭얼거리지 말라는 이유에서 그어놓은 선이기도 하겠지만, 광고 때문에 생색내기용 기사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이야기 둘. “목사님, 언제쯤 가능할까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딸깍!” “목사님, 광고비보다 지금까지 건 전화비가 더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좀…” “ 아, 글쎄 기다려 봐요. 노력하고 있으니까” 매 월말이면 광고수금 때문에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다. 이런 통화는 광고수주보다 더 애를 먹이는 어려운 일이다. 광고주의 결제방법을 보면 선불결제에서부터 몇 년째 오리무중 결제까지 한마디로 각양각색이다. 되레 “내가 광고비 떼먹을 사람으로 보이냐”며 몇 년째 큰 소리 치는 광고주로 시작해서 결제약속을 밥 먹듯이 해놓고 한해가 다 되어가도 또 약속을 어기는 배짱좋은 광고주, 큰 소리쳐놓고 전화를 해지하거나 어느날 밤 야반도주하는 광고주 등등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돈이 없어서 광고비를 주지 못하는 광고주의 태도를 보면 정중한 편이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몇 번을 분할해서라도 꼭 성의표시부터 해놓고 사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원활한 관계가 유지 되고 서로 돕고 돕는 관계로 대부분 발전된다. 그나마 이 정도의 광고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외의 우수 광고주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고마운 분들이다. 몇 년째 돈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결제를 못한다는 것은 성의 문제를 넘어서 신문사 광고시장의 생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회주의 광고주로 밖에 달리 볼 수 없다. 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일간지에 나간 광고에서 광고효과가 없을 때는 “역시 지금은 불경기라 안되는구나”, 주간신문에 나간 광고에서 효과가 없으면 불경기는 아랑곳 않고 “역시 주간신문은 안 돼!”. 그러면서 우연히 주간신문에 낸 광고가 히트를 치면 “경기가 좋으니까 주간신문도 효과가 있네”라고 떠벌린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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