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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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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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현 목사/예장통합 대구 평화교회/예수영성훈련원 원장

저 의 집에 영성수련 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왜 오셨습니까? 소망이 무엇입니까? 수련생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오직 믿음으로 삶과 영적 갈망사이의 갈등,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 평안하고 고요하며 기쁘게 살고 싶다고 한다. 신앙생활(복음)이란 ‘천국의 기쁜 삶’이다. ‘천국은 복된 삶을 사는곳’이 천국이다. 왜 오늘의 대다수의 크리스챤들은 고뇌에 찬 지옥의 삶을 나날이 살아갈까? 핵심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복음을 믿어 새 생명을 가졌으나 거짓나(false-self)의 마음과 습성에 사로잡혀 끌려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참나(true-self)가 나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때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즉 거짓나의 속성인 마음과 습성을 벗고 예수님의 속성을 덧입는 수련이 깊어질 때, 거짓나의 핵심인 이기심과 탐욕과 존재의 불안을 찔러 짤라 쪼개어(히4:12) 성령의 용광로 불에 넣는 자기비움(kenosis)을 할 때(빌2:7) 일체의 망상과 번뇌의 집착, 이완, 포기, 길 떠남(사막 영성)으로 예수님의 속성을 덧입게 되어(빌2:5) 천국의 삶을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살게 된다. 안드레이 루불요프(14세기) 그림가운데 필자가 좋아하는 이콘(성화 聖畵)은 ‘삼위일체’이다.

필자는 복사본을 구해서 서제에 두고 있는데 창세기 18장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콘이다. 세분의 천사 모습으로 앉아있는 분들을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해석을 한다. 이콘 중심에는 소박한 나무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위에는 작은 성반이 놓여있다. 탁자왼쪽 내면 깊숙이 앉아 계신분이 천사 같은데 하나님이시고 가운데 계신분이 예수님이시며 입고계시는 옷의 오른쪽 어깨 앞뒤로 걸친 붉은색 줄무늬는 예수님의 성혈로서 신성을 의미하며 상의 왼쪽 어께에 걸친 줄무늬의 푸른색은 예수님의 인성을 의미한다. 오른편에 앉아계신 분이 성령님이시다. 삼위께서는 각자가 오른 손의 두 손가락을 펴고 계시는데 이는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세분이 동시에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은 어린아이들과 같은 천진하며 익살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필자가 이 이콘을 보고 감동을 받는 부분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장소와 성반이다. 테이블 밑은 하늘색이며 테이블과 의자는 우주위에 놓여있고 의자에 걸터 앉아있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얼마나 충만해 보이시는지 부드러워 보이시는지 걸림과 막힘이 없는 대자유인의 모습을 본다. 비움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탁자 중앙에는 성반이 놓여있다. 성반에는 떡이 담겨있다. 떡의 색깔은 주님이 입으신 옷 색깔과 같다.

성찬의 핵심은 자기비움이다. 자기를 쪼개고 찢어서 자기를 내어줌이 비움의 핵심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우주위에 식탁(식탁은 세상을 의미)을 놓고 앉아계시는데 이는 우주를 걸터앉아 있음이며 세상 가운데 앉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몸으로 한 주님이 성반 안에 계신 것이다. 성반에는 살과 피가 들어가 있다. 비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비워 십자가 위에서 몸을 깨고 찢어서 인류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모습은 비움의 극치이다. 작가 안드레이 루불요프는 삼위일체 영성은 자기비움의 영성임을 극명하게 들어냈다. 우리가 거짓나를 비우기만 한다면 비운만큼 우주를 걸터앉은 주님처럼 건물에 바람 지나듯 구름에 달 가듯 걸림과 막힘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요8:32) 우리의 마음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기억의 덩어리이다. 우리가 지닌 참 마음에 경험과 지식이 덧붙여지면서 지금의 마음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내 마음은 내 틀과 시각에 갇혀있다. 그래서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고 자기위주로 하려고 든다. 자기 마음도 모르면서 내 마음대로 남을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화도나고 미워도 하며 판단하고 정죄한다. 마음 비움이란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롬8:6,7,13 엡5:22) 참마음(엡5:24)을 회복하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두고 고요한 자리에서 깊은 침묵가운데 이미 십자가에서 죽은 (갈2:20) 나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영화 필름을 돌리며 생애 기억(마음, 습성)의 필름을 하나씩 떠올려 성령의 용광로에 버린다. 나를 버리다 보면 내가 얼마나 내 기준을 강요하며 살아왔는지 또 얼마나 나를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발버둥 쳤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내 마음조차 나를 속이며 살아온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자기비움의 구체적인 수련법이다. 십자가상에서 이미 죽은 나의 기억의 필름을 버리다 보면 참나가 회복되고 성습성이 깨지고 성품이 바뀌며 나는 주님 안에 주님이 내안에 거하시며 주님과 더불어 사는 관상의 삶, 천국의 기쁜 삶이 저절로 살아져진다. 대자유한 세계가 열린다.

abbe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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