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교회
3등 교회
  • cwmonitor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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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삼 권 목사 월간 ‘기독교사상’ 주간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말없이 느끼는 이야기 거리가 나돌고 있습니다.
이른바 ‘위기의 담론’입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 정치 사회의 위기, 중산층의 위기, 세기말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 그리고 교회의 위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담론은 이 시대 풍조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일부에서는 죽음 사이트가 확산되고 있고, 우리도 알 수 없는 멀티미디어 세계는 기성세대의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교회나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 교회의 지도자 문제와 함께, 우리 교회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조차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은 고리타분한 예배를 떠나서 노래와 춤, 엽기와 흥분의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는 판국이 되었습니다.
더 큰 위기는 위기를 느끼면서도 위기를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 죽음과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이 위기의 해결 가능성을 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한 영화를 보면서 잔잔한 흐느낌을 경험했고, 한결같이 향수 같은 그리움으로 감격하면서 영화관을 나온다고 합니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 초등학생인 알리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엄청난 일이란 오빠 알리가 동생의 헌 구두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낡은 분홍색 꽃 구두를 잃어버린 오빠의 마음은 아팠고, 당장 학교에 신고가야 할 신발이 없어진 동생은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빠의 구두 한 켤레로 남매가 교대로 신고 학교를 가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동생이 오전 수업시간에 신발을 신고 갔다 오면, 오빠는 그 신발을 받아 신고 오후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이지요.
소위 ‘남매 이어달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아픈 이야기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이 고통은 오빠로 하여금 동생의 운동화를 구하기 위하여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게 합니다. 오빠는 1등이나 2등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3등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3등 상품이 운동화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동생에게 “3등상 상품이 운동화래. 두고 봐. 오빠를 믿어”라고 장담합니다.

3등! 꼭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달리기에 참여하는 ‘천국의 아이’, 이게 바로 천국의 사람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을 보고 흐느끼는 사람들은 삭막하고 잘못 굴러가는 듯한 오늘 우리의 사회에 아직도 근본을 찾아가려는 마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국의 아이들’을 보고나서 흐느낌을 경험한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저런 영화를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어 액션과 칼라와 다이나믹한 세상이 되었다 해도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국교회가 위기를 극복해야 할 가능성이라 봅니다.
어느 후배가 “한국에는 교회가 없다”라는 한탄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세계 제일이나, 성장이 빠르니 하는 1등 주의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대부분 교회 지도자들은 높은 자리(감독, 총회장 등)에만 관심이 있으며, 어떤 교회는 세계 제일 큰 교회가 되기 위해 지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교회를 자랑하고, 어린이들이 많이 모인다고 탐방을 가기도 합니다. 또 어떤 교회는 단기간에 성장한 교회라고 자랑합니다.

큰 교회는 더 커지려고 힘쓰고 있고, 작은 교회는 그 큰 교회를 따라 가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성장 세미나, 설교 방법 등과 같은 데에 관심을 가집니다.
우리가 굳이 주님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1등이 아니라 3등이 되어야 하는 분명한 명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큰 교회가 아니라 주님이 기뻐하는 올바른 교회가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세계 제일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작아도 사람들에게의 필요하고 건강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개발이 되었지만 덜익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우리 나라에 교인은 많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없다는 세평을 듣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1등이 아니라 바로 3등입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말한 후배는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강원도 오지에서 적은 교인들과 함께 말씀대로 양육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있는 삶을 위해 살아오고 있나 봅니다.
어쩌면 이들은 비록 3등만 추구하는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여기서 위기의 한국교회 해법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스라엘의 남은 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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