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별 배려가 회장님 특별 배려(?)

차창이 까만, 검정 리무진 세단이 미끄러지듯 빌딩현관 앞까지 와서야 멈춰 선다. 차문이 열리면서 한 신사가 땅에 발을 내딛는다. 낯익은 얼굴이다. 차안에서 나온 신사는 배웅 나온 수행자의 안내를 받으며 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그 신사가 꽤나 지체 높은 유명인사라 생각했던지 자연스럽게 길을 터준다.
그리고 걸어 들어가는 그 신사의 뒷모습을 멀뚱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자동차는 그 자리에서 주차정지선을 지킨 채 운전기사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태워야한다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목사님, 행차시오”분위기다.

빌딩에 나붙은 현판에는 기독교와 관련된 ooo연합기관이라고 쓰여 있다. 현재 그 신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모 연합기관의 수장이고, 한 교회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다는 성직자다.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 인사(목회자)에게 쏟는 이만한 예우와 대우는 존경심의 표시로써 보기좋은 풍경이다. 기독교의 명예를 드높여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쪽을 비켜가는 두 행인이 쑥덕거린다. 그 얘기를 들어보면 목회자가 최고급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뭐라 나무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일반인보다 더 나은 특별혜택을 받겠다는 의도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꺄우뚱한다. 그들은 종교지도자라면 갖춰져 있어야 할 덕목중 하나를 바로 꼬집었다. 현장에서 불법인줄 알면서 그 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이들의 말을 요약해보면 불법주차를 자행하면서 스스로 지도자라며 위세를 떨치는 일이 꼴사납게 보인다는 것이다.

장애인주차공간에 불법주차라! 대개 어느 빌딩에나 건물 등에는 현관문과 가까운 가장 편한 곳에 장애인전용주차시설을 의무화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배려에서다. 000연합기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특별배려가 한 지도자를 위한 특별배려로 자리바뀜 됐으니 어쩌면 오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 같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수장으로서의 권좌를 예외로 봐줄만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오가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일반인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이 빌딩의 주차공간은 지상·지하로 나뉘어 있어 넉넉한 편이다. 굳이 장애인주차시설과 비상차량 공간을 침탈하여 따가운 눈총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이 같은 일은 계속 되풀이 된다.
기독교 관련기관 등과 일반회사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는 이 빌딩은 예식장, 각종 세미나실, 식당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는 다목적 건물이다. 이러다보니 유독 이 빌딩은 일반인 출입이 잦은 편이다.

몇자리 되지 않는 특별자리에 기독교지도자의 전용차량이 주차돼 있다면, 모범을 보여야할 종교지도자에게 이런 큰 혜택을 주고 그 지도자가 이런 혜택을 받는 것 자체가 일반인이 보기에도 눈꼴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그 지도자는 매일 주차하는 것도 아니고, 비상근직의 바쁜 업무수행 중 잠시 주차한 것 가지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의 부도덕성에 신물이 난 일반인은 이런 일을 결코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수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김을…” 이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냐며 따지기도 한다. 그만큼 기독교에 지도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물럿거라! 대표회장님 납신다!”
오늘도 검은색 리무진세단은 건물 밖으로 당당하게(?)미끄러지듯 빠져 나간다.

jjk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