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
사랑과 자비
  • cwmonitor
  • 승인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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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 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두 낱말의 의미는 상통하면서 표현방식에 따라 별개의 단어처럼 보인다.
‘예수님의 자비’ ‘부처님의 사랑’ 표현이 영 어색하게 보이는 것처럼 ‘사랑’ ‘자비’의 낱말은 마치 두 종교에서 빌려 쓰는 텍스트 같다. 그러다보니 ‘예수사랑’을 모토로 복음을 외치는 기독교 입장에서는 지금도 사랑에 비해 자비를 배타적 단어쯤으로 받아들이는데 서슴지 않는다. 그 단어의 쓰임용도나 해석을 달리하는데도 주저치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예수영접 이후 사랑이라는 단어가 강력하게 머릿속에 관념화 된 까닭이라 해도 그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막연하게 창조주의 사랑, 피조물의 자비 정도로 익혀온 터이고, 무엇보다 자비는 원래 불교측에서 먼저 사용해온 말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뿐이다. 언어의 기호에 불과한 단어하나에 혹 종교적배타성이 묻어있는 것은 아닐까.
남을 아끼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 사랑과 자비를 세상은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요즘 방송을 통해 비쳐지는 공익광고 하나가 있다. 개울을 기준으로 마주보고 있는 두 동네 양편에는 교회와 절이 우뚝서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두 동네 사람들은 등을 돌린 채 자신들도 모르게 이기주의 사랑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성탄절 날, 절 앞에는 ‘예수님의 성탄절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걸린다. 돌려진 등을 바라보며 평화를 나누자는 화해의 손짓이다. 얼마 후 예배당 앞에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라는 현수막이 나붙는다. 답례가 아니라 진정으로 축하한다며 미소를 보낸다.

오랫동안 끊겼던 개울에 징검다리가 놓여진다. ‘우리는 사랑으로 하나’라는 어깨띠를 이룬다. 동산에 세워진 교회에서, 절에서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며 신바람이 난다.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꾸며진 TV 캠페인은 종교를 초월해 사랑과 자비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여운을 남긴다. 이 광고가 주는 메시지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너·나가 서로 갈라져서는 안된다며 설득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이 공익성 광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구역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잇고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는 장면을 무심코 보면 가슴 뭉클하다. 그러나 절 얘기나 불교용어가 나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렇게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장면이라 해도 막상 절과 교회가 서로 담을 허물고 대화한다는 장면 앞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평가절하 한다. ‘예수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길이다’며 한마디로 일축한다.

그러면 우리기독교는 타종교, 즉 불교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의 이웃이자 형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사실 그동안 기독교는 기독교가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며 독단적인 종교라고 비난하더라도 결코 진리만은 훼손할 수 없다며 타종교와 타협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독교와 타종교(불교)는 물과 기름 격이라는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한국교회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했다.
15일은 불기 2549년 부처님 탄생일. 불교측에서 내건 ‘성탄축하’현수막은 있었어도 기독교측에서 공식적으로 내건 ‘석가탄신축하’현수막은 아직까지 없다는 예만 보아도 여전히 기독교는 불교와 차원이 다르다는 배타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천의 범위를 따져본다면 기독교의 사랑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반면에 불교의 자비는 너그러움과 남을 생각하는 배려를 보였다.
기독교와 불교, 예수의 사랑이 위대한가 아니면 부처의 자비가 더 위대한가를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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