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악령
성령과 악령
  • cwmonitor
  • 승인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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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목사/기장 / 경복교회

주일 오후예배를 마치고 4시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심방하려고 준비하면서 말기 암으로 집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의 가정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그러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려 했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목사님 이는 사탄과의 영적인 싸움이랍니다. 조상들의 악령이 씌워져 있기에 다 함께 합심하여 기도해야 한답니다. 교회에서도 조를 짜서 기도해주시든지 하면 좋겠습니다”고 한다. 전화로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어 그 가정으로 달려갔다.
4년 동안 암 투병한 기족을 돌보아 온 그 가정은 병원의 권유에 따라 환자를 위해 호스피스를 알아보았다. 호스피스의 열악한 사정에 놀라 가정으로 모시기로 했다.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사랑으로 돌보는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에 보내드리고 싶어 했다.

혼자는 이미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고, 또 뇌기능에도 장애가 생겨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며 말하고 있었다. 그러던 분이 가정에 돌아가서는 사흘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가족들에게 ‘감사’와 ‘원망’의 이야기를 반복해 힘들게 하며, 한밤중이면 갑자기 발작과 같이 갑자기 초인적인 힘을 행사해 가족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초인적인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과 친척들은 다급한 마음에 늘 위해서 기도해주던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청한 모양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듣고 접한 그들은 환자를 화장실로 데려가서는 “회개하라”고 호통을 쳤고, 가족들에게는 “조상들의 악령이 씌워져 있다”며 합심하여 기도하라고 했다. 이 말에 가족들은 더 놀라고 다급한 상황이 됐다.

그런 상황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는 가족이 겪은 어려운 상황을 들으며, 이런 상황이 더 계속될 수도 있으니 호스피스와 상의해 그곳으로 모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일부 친척과 그들의 목회자는 “그러면 출석교회의 목회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며 자신들은 가겠다고 했다.

가족과 계속 대화하며 권유했다. “호스피스에서 다음 날 입원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으
니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자. 결코 환자인 가족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제 오늘 밤 환자를 어떻게 돌보느냐만 남았고, 감정의 변화가 심하니 다른 가족은 다 보내고, 직계가족만 남아 돌보되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언제라도 나를 부르라”하고는 다른 환자를 심방하기 위해 그 가정을 떠났다.

병원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니 저녁 8시에 돌아와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새벽기도를 준비하고는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게 됐다. 전화가 왔다.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다. 의사이셨던 장로님이 병원심방에서 만나면 저녁을 같이 하려고 했는데 뵙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상황을 설명하자, ‘의학적으로는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때에 간성혼수라는 것이 오는데 그러면 초인적인 힘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어 병원에서도 그런 경우에는 환자를 침대에 묶어 보호한다’고 했다. 그 가정에 전화하여 이 사실을 알리고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일찍 자리에 들었다. 긴장한 탓인지 뒤척이다 깨니 새벽2시반이다. 다시 눈을 잠시 붙이고 새벽기도를 인도하고는 전화기 옆에 앉아서 7시가 되기를 기다리다 전화했다. 밤새 별일이 없었고! 가족들도 잘 잤단다. 다시 달려가 예배드렸다. 환자는 남편, 아들, 딸, 시누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 호스피스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겨두고 떠날 가족들과 믿음의 식구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실 것이다.

‘사탄과의 영적인 싸움’은 삶과 죽음, 그리고 목회현장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십 년 믿음의 생활을 한 가정, 또 집사로서 믿음으로 끝까지 투병해 온 환자에게 ‘조상들의 악령이 씌워져 있다’며 회개하라고 호통 치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일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며 약함으로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믿음을 부정하는 것 같은, 지금까지 해 오던 축복을 부정하는 것 같은 말을 하는 때에도 그 손으로 우리를 붙들어주시는 주님의 손 안에 우리의 인생이 있음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urola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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