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겼는가
무엇을 남겼는가
  • cwmonitor
  • 승인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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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선포로 내 쪽·네 쪽의 선이 분명하게 그어졌다. 지금부터는 두 번 다시 내 쪽을 넘겨보거나 내 쪽에다 행여 말 같잖은 소리를 꺼내지 말라.
승리자는 의기충천하여 환호했다. 내 쪽의 승리는 사악한 무리와 싸워 이긴 신앙수호였다. 순교정신으로 맞서 싸워서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승리자는 그렇게 확신했고, 내 쪽의 명분은 또 그렇게 명문화되었다. 그러나 네 쪽은 못내 아쉬워하며 허탈해한다. ‘우리의 말 좀 들어보시라’고 쉰 내 나도록 목소리를 높였건만 번번히 거절당한 채 발언 한마디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며 종국에는 두 손을 들었다.

이단영입을 놓고 두 세력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모교단의 9월총회는 이제 막을 내렸다.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겼는가. 불순한 세력들을 막고, 복음의 진리, 교권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지킨 것일까. 사악한 무리를 이제야 물리치고 진리를 수호 했다며 깃발을 올린 내 쪽의 승전가가 영 개운치 않다. 생각해보자. 용서를 받아주지 못하고, 당사자측과 진지한 토론도 거부하고, 공청회를 통해 연합한 연구진의 연구도 필요없고… 어쩠거나 내편의 연구진이 연구검토한 자료는 무흠에 가깝다며 밀어붙이기식 또는 일방통행식 회의진행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내눈의 티는 없고 남의 티는 크게 보인다는 논리로 보는 이번 이단교회의 영입불가방침이 얼마나 지지를 받고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스럽다. 인터넷중계로 총회현장을 실시간으로 본 신앙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특히나 이단교회에 적을 둔 성도들의 관심은 내 교회가 이단에서 풀어나는 날이라고 고대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를 본 6만여 성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단해제 실패의 결과에 실망한 게 아니라 처음 접해본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식은 비민주적인 회의방식에 더 큰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총회결정을 보고서 그들은 우리가 이단이 아니라 그대들이 이단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한국교회의 이단색깔론은 무섭다. 정통회복에 애쓰는 이단교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다. 정통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이단은 애초에 이단으로 시작한 통일교, 몰몬교 등의 집단과 똑같이 취급되어진다. 사안이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단이면 다 똑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보니 한국교회 내 이단이 정통으로 회복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칠 테니 지적해주고 조언해 달라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질적인 정서도 갖고 있다. 간혹 문제점을 제기하고 지적하면 된서리를 맞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비근한 예로 한국교회 장자교단의 우위를 다투는 두 교단이 9월총회에서 본보를 이단옹호언론으로 규정한다고 선포했다. 두 교단 목회자들은 본보에 기고를 하거나, 광고를 게재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까지 했다. 본보는 하루아침에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사지가 찢겨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개구리 꼴이 되어버렸다. 그까짓 신문쯤이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결정권자들의 처사가 유감스럽기도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옳은 소리를 차단하려는 조치에 본보는 분노를 삭여야만 했다. 정통교단의 부당한 공격을 받은 이단교회의 억울한 호소를 알려주고, 이단감별사의 자격조건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정통회복에 애쓰는 목회자나 그 교회의 목소리를 실어주는 게 이단옹호라면 교계신문은 언론이 아니라 정통교단의 소식을 알리는 홍보지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본보는 언론의 정도를 위해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이단규정이 된 다음날 아침, 공교롭게도 본보를 이단 옹호언론의 규정을 진두지휘한 당 교단 이대위위원장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았다. 막 배달된 이단으로 규정된 만민교회 발행지의 목회 칼럼코너 에서였다. 문득 그 용어가 마땅치 않아 한참을 들여 보았다.
‘정통옹호목회자’(?)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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