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의 이방인
교회안의 이방인
  • cwmonitor
  • 승인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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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없다. 친절도 없다. 사랑을 찾아볼 수 가 없다. 어느 한 성도의 부정 섞인 푸념은 끝이 없다. 당신이 먼저 미소 짓고 친절을 보이면 그게 사랑을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어도 그 성도는 분을 풀지 않는다. 어느 주일오후, 한 성도가 기쁨과 축복의 주일날이 오히려 평일보다 더 우울하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언제부턴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는 주일날의 평안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앙의 이상 징조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참동안 나눈 얘기는 대략 교회에 대한 불평들이었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나무랄 수 없는, 그 푸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 결국 그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얼마전 한 기관에서 ‘교회갱신’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평신도 대상으로 실시한 ‘목회자 의식조사 보고서’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자료라 해도 무방해 보였다. 이번 조사는 교회갱신을 위해 목회자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 분석해서 향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늠자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응답자의 99%이상이 한국교회의 갱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답해 한국교회의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좀더 심도있게 교회의 갱신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작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1%가 ‘목회자 갱신’을 지적했으며 66%가 ‘신앙과 삶의 일치’를 꼽았다. 갱신과제로는 응답자의 85%가 ‘신앙과 삶의 불일치’를, ‘종교다원화와 세속화(36%)와 물질욕(31%)’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목회자의 갱신과 신앙과 삶의 불일치, 교회의 세속화이었다. 사실 한국교회의 이런 병폐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00개가 훨씬 넘는 교단과 교파를 갖고 있는 한국교회로서 이런 문제는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고, 당연히 둔감할 것이라고 한 목회자는 진단하기도 한다.

친절, 미소, 사랑은 여전히 교회안에서 따뜻한 온기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 성도가 지적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회안에서 이런 행위들은 불특정다수인이 아닌 특정인에게만 해당된다고 한다.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 내 뜻과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사람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교회안에서 속칭 왕따(?)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불만은 교회의 외적성장에서 오는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헌금액수가 믿음의 척도가 된다는 것. 무슨 말인가. 아무래도 헌금을 많이 하는 성도가 교회안에서도 보이지 않게 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누가 얼마를 했는지 보안과 비밀이 붙여진 상태에서 이 발언은 꾸며내기 좋은 말인 듯 싶었다. 그러나 그 성도의 누가 얼마를 했는지 알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진다고 말하면서 적은 액수의 헌금을 한 사람은 움찔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교회의 중요사항을 의결하거나 결정시에 헌금의 위력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옳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당신이 교회를 위해서 무얼했느냐, 입만 가지고 교회의 일들을 방해하는 건 무슨 심보냐”등의 말들이 곧바로 이어질까봐 노심초사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목회자는 성도의 이런 불만들을 읽고 있을까. 교회의 외적 성장만을 추구하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성도들이 혹 없었는지 헤아려는 봤을까.

지금 한국교회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그 개혁은 개교회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개혁이라는 불길은 이제 개교회에서 시작돼 한국교회 전체로 번져야 하겠다. 예배당이 하나님의 따뜻한 온기가 숨쉬는 안식처이고, 돈과 신분이 평이한 사랑의 공동체인 예배당을 꿈꾸는 한 성도의 발언은 오늘의 한국교회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그는 한마디를 더 붙인다.
“나는 교회안에서 절대 이방인이 되기 싫다”고.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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