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의 뻔뻔함
도용의 뻔뻔함
  • cwmonitor
  • 승인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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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의 사전적 뜻은 남의 것을 몰래 훔쳐 씀으로 되어 있다. 한 예로 상표를 훔쳐 쓰면 가짜상품 속된 말로 짝퉁(?)이 되고 짝퉁은 가짜이기 때문에 법적조치를 받게 되어있다. 그래서 도용된 상품은 대개가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불법유통의 악순환에 물려있다. 간혹 짝퉁이라는 이름으로 진짜처럼 반짝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반짝 시간에 한정돼 있다. 이름도용은 어떨까. 이름을 몰래 훔쳐서 진짜(사실)처럼 어느 행사에 버젓이 활용한다? 이보다 더한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교계는 이름도용 때문에 당사자와 사용자간의 오해로 물려있다. 원명의자는 오해로 풀 일이 아니라고 발끈하겠지만, 도용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듯한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총회)에 따르면 교단명의, 총회장명, 총무실명을 아무런 동의 없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가 그 이름들을 도용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인 행사장에서 3건의 이름을 훔치다시피 자신들의 임의대로 그대로 활용하여 선전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일이 세상천지 또 어디 있냐며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 그것도 사용자의 주장과 정반대의 견해를 갖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으로서 이 일을 상식이하의 사건으로 치부한다 해도 분이 삭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을 들여다보자. 최근 정치적인 가장 큰 이슈중의 하나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의 찬반논란이다. 찬반논란은 정치권에서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찬성과 반대입장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다. 종교계중 특히 기독교도 찬반의 입장이 분명하게 서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학수호본부와 한기총은 사학법 개정의 반대편에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두 단체는 어떻게해서든 사학법 개정통과를 막아야한다는 개정반대 일념으로 똘똘 뭉쳐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기장총회 경우는 이미 사학법 개정찬성에 성명서까지 낸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일은 찬성과 반대로 각각 극명하게 갈라진 두 기관이 어쩌다 같은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꼴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개정반대측 명부에 3건의 이름이 버젓이 기재돼 있으면서 삭제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으니 기장총회로서는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2월30일 첫 번째 항의공문을 보내고 얼마전 두 번째 공문까지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기장총회는 이번 도용문제를 법적 대응 등으로 확대하지 않고 공문만으로 처리토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교단 명의 등을 빌려 쓰는 경우 사전 동의를 얻어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던 점을 비춰볼 때 기장총회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도용은 불법적인 행위다. 그러나 도용의 뻔뻔함은 상대방의 의견를 묻지 않고 막연하게 내 뜻과 같겠지 하는 일종의 만용이다. 내가 옳으니 잔말 말고 내 뜻을 따르라는 이기심이다. 정당한 일, 좋은 일에 이름까지 올려줬는데 되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오해도 된다.
이름을 무단으로 빌려 사용했으면 먼저 사과부터 해야 옳다. 그리고 철회해야 한다. 공개서한을 보내면서까지 해명을 요구하는데도 아무 말이 없으면 만용, 이기심, 그리고 오해로 밖에 달리 볼 수가 없다. 그것도 교육현장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불법을 막고자 나선 단체가 아닌가.

기독교계안에서도 현재 사학법의 찬반 논란과 찬반 노선은 쌍방간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내 의견과 상반되게 다르지만, 그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여 최선의 합일점을 찾을 때 가능하다.
도용문제는 우리의 노선이 어쨌든 옳으니 그래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막무가내쯤으로 비쳐진다.
전용관부장 jjk6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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