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시평 / 원칙보다 상식으로 푸는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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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wmonitor
  • 승인 200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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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구 목사
기감·영파교회 담임목사

정부 여당이 말 많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하자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고, 사학계와 종교계도 크게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최악의 상황으로 우려됐던 사립학교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은 사학비리 수사라는 당국의 초강경 대응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종교계가 여전히 강경한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으며, 정부 당국도 종교계 사학에 대해서만은 함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사학수호 비상 구국기도회’와 ‘1천만명 서명운동’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정부 당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한기총은 이날 “현행법으로도 비리사학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면서 개정 사학법이 내세운 사학 비리 척결의 명분이 없음을 지적하였고, 학교법인의 이사선임권 및 재산권 침해, 구리고 기독교사학의 건학이념과 신앙교육을 크게 훼손할 위헌적인 법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들어보면 다 맞는 말이다. 사학재단에 어떤 비리가 있다면 관련법으로 적법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일부의 비리를 근거로 논란이 많은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이며, 특히 개정된 사학법이 선교를 목적으로 한 기독교 계통 학교의 건학이념에 반하거나 운영주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쪽 또한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비리로 얼룩진 사학을 이대로 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2% 정도밖에 책임지지 않는 학교 재단이 100%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또한 교육이라는 공공성과 특수성을 감안해 투명한 학교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어느 부분에서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 교계는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일까? 솔직히 헷갈릴 수밖에 없고 선택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게다가 우리 교계는 이미 파동의 한가운데로 떠밀려 들어와 있다.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내려져야 바람직한 것일까? 물론 우리 교회 안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활발한 찬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큰 줄기를 잡아나갈 것으로 믿는다. 게다가 정부 당국도 종교계 사학에 대해서는 상대적 건강성을 인정하고 있어 원만한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파동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것 하나는 힘으로만 밀어 부치려는 정부 당국이나 역시 힘으로 맞서려는 종교계 사학의 태도이다.

다시 말하지만, 양측은 나름대로의 충분한 논리와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둘이 충돌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사학법 개정을 위해 내세운 논리나 원칙은 우리나라 교육현실로 보면 매우 타당한 것이긴 하나, 사학을 운영하는 종교계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반대로 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서로간의 원칙의 차이가 있다고 할 때 과연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양측의 원칙과 논리가 맞서고, 토론과 수용의 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그럴 수 없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소모적인 대립이 계속되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가 원칙을 고집하기에 앞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지혜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칙이 맞서기만 한다면 상식으로 풀어 가는 지혜는 또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정부 당국에 바라기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자율성을 보장한 뒤에 어떤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특히 ‘선교’라는 뚜렷한 목표아래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교계의 입장과 처지를 우선적으로 헤아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반면 종교계에 대해서는 도대체 왜 국민 대다수가 사학법 개정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살펴보고 순교적 각오니 강력 대응이니 하는 원색적인 반발 이전에 스스로의 잘못부터 겸허하게 반성하고 자정하는 자세를 요구하고 싶다.
이것이 양쪽이 내세우는 ‘원칙’보다 폭 넓고 지혜로운 ‘상식’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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