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양두구육
한기총과 양두구육
  • cwmonitor
  • 승인 2006.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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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라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 그게 폭력이면 어떻고 사기면 또 어떠랴.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의 한자숙어가 떠오른다.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마침 이 말의 ‘맞춤형사건’이라도 된 듯한 사건이 최근 기독교계내에서 발생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충격은 한국교회의 도덕성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것이 사회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반방송의 집중보도라는 점을 들면 타격의 강도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양의 탈의 쓴 늑대의 행위를 들여다보자. 얼마 전 에스비에스 방송은 ‘그것이 알고 싶다’(1월21일 방영)라는 시사프로그램에서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인권운동, 탈북자를 볼모로 한 장사인가?’ 라는 티브이 자막에서 볼 수 있듯이 방송은 한 시민단체가 펼치고 있는 인권운동의 허와 실을 심도 있게 다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사람을 탈북 시키기 위해서는 대략 3백만원 정도의 소요비용을 내야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프로는 시작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탈북가족의 심정은 그까짓 돈이 대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탈북가족의 말 못할 사연은 처절했다. 한 시민단체의 행위에 울분을 토해냈다. 제3국(중국)의 탈북브로커까지 등장시켜 그 행위의 부당성을 고발했다. ‘선교단체라 믿었는데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 마치 말은 안했지만 한국교회를 질타라도 하 듯 그들의 속은 이미 새까맣게 타 있었다.
“보십시오. 간판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 최성규 목사, 한기총) 산하 특별위원회인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 장로)라는데 누가 믿지 않겠습니까” 제3국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가족을 구출시켜 준다는데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또 있겠느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누가 믿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정은 달랐다. 구출자금은 한 사람당 2백만원에서 3백만으로 정해져 있었다. 만일 구출에 실패했을 경우 그 돈을 모조리 돌려준다는 약속도 있었다.
한 탈북자는 선불을 내고 노심초사 구출성공을 기다렸는데 실패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그 돈을 돌려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심정을 토로하면서 선교단체를 너무 믿었던 게 후회가 된다는 기색을 보였다. 현지탈북브로커는 구출비용이 넉넉히 잡아 60-70만원 정도라고 털어놓으면서 이 일이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의미도 던져주었다. 물론 구출명목에 돈은 필수조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체는 명실공히 한국교회대표기관 산하에 있는 비영리단체다. 해마다 예산이 집행되는 돈과 각종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그래서 신앙인이나 세인들은 이런 단체의 사업에 헌금과 기부금을 통해 신뢰를 보내준다. 이웃사랑, 동포애를 보여준 단체가 차마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추구했으리라는 생각을 아예 갖지 않았기에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인권단체를 찾은 한 탈북자는 세 번 울었다. 가족과 돈을 잃고, 믿었던 선교단체에 대한 신뢰마저 날아갔다며 절규했다. 누가 이 탈북자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가. 급기야 한기총은 지난 24일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의 폐지를 선언했다. 한 방송사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운동본부측의 변명은 실없게 되었다.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성과위주에 경종을 울렸다.
선교, 사랑의 이름을 앞세우고 추악한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무리들의 한 단면을 엿봤다는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단체다. 이름만 빌려주었다” 분명 한기총 산하 단체인데도 한기총관계자는 발뺌을 했다. 만약에 “탈북자는 우리의 형제, 한기총이 나서서 도왔다”라는 미담기사였다면 “그거 우리와 상관없는 단체”라고 말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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