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7> / ‘돈이 다 어디에 가 있는지......’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7> / ‘돈이 다 어디에 가 있는지......’
  • cwmonitor
  • 승인 200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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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 중에 엄마가 전도사님인 자매가 있다. 큰 아이의 이름은 예종이고 작은 아이의 이름은 예준이다. 언젠가 두 아이의 이름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예종이는 예수님의 종이 되라는 뜻으로, 그리고 예준이는 예수님 앞에 준비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예종이와 예준이는 예쁘게도 생겼지만 머리도 영특하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전도사요 또 신학생이기도 한 엄마는 늘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다. 아빠가 택시운전을 하니 아빠도 별로 시간이 없다. 예종이와 예준이를 돌보는 것은 온전히 외할머니의 몫이고,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이다. 그런데 요즈음 예종이의 엄마인 전도사님 마음이 우울한 것 같다. 예준이가 공부방에도 다니고 싶어 하고, 영어학원에도 가고 싶어 하고, 또 미술학원에도 가고 싶어 하는데 피아노 외에는 가르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가르치려고 해도 안 다닌다고 해서 가르치기가 어려운데 예준이는 엄마가 학원비를 대주지 못해서 못 다니고 있다. 엄마가 보내주기만 하면 어디든 다니고 싶어 하는 예준이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예준이는 피아노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덕분에 피아노 실력이 남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꼬마가 1시간을 계속해서 소나티네를 연습하고, 하농은 물론 알프레드 교재까지 하고 나면 두 시간이 금세 지나는데 연습이 끝나면 손가락을 막 흔들면서도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색색거리는 예준이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안아준다.

그럴 때마다 예준이는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물론 기도를 하고 먹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정말 하나님이 키우시는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예준이의 엄마인 전도사님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한참 엄마 손이 필요한 때에 전도한다고, 전도교육 받는다고, 그리고 요즈음에는 신학공부 한다고, 도무지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4학년인 큰 딸은 벌써 사춘기가 오고 있다. 엄마의 손이 절실한 때다. 그래서 전도사님을 만날 때 마다‘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지세요’ 라는 말로 전도사님을 일깨우고는 했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전도사님은 웃기만 했다. 그런데 요즈음 예준이 엄마의 마음이 아픈 것 같다. 신학대학을 다니다 보니 자꾸만 아이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집 아이들이 부모의 후원아래 마음껏 배우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자녀들에게 영어공부도 시켜주고, 어학연수도 보내주고 싶고, 선교여행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택시운전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는 가능하지가 않은데, 그렇다면 엄마라도 나서서 어느 정도 수입을 올렸어야 하는데 전도교육 받는다고, 전도한다고 오히려 돈을 쓰고만 있으니 도무지 아이들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정말 돈이 다 어디에 가 있는 것인지....” 전도사님의 말에 나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사실 전도사님은 5년 가까이 전도교육과 아울러 전도훈련을 받으러 다녔다. 그리고 실제로 어린이 전도에 전심으로 애를 썼다. 그 수고를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렇게 수고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설령 목회자가 굶더라도 전도사가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도록, 아니 아이들 교육만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례비를 지급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교회도 개척교회이고, 어린이 전도에 매진하다보니 사례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사례비를 그렇게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것은 전도사님의 남편이 무척 다정하고 착한 사람인 모양이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아이들과 또 함께 사시는 장모님을 특별히 사랑하는 모양이다.

하나님께서 전도사님에게 특별한 남편을 주신 것처럼, 어린 예준이와 예종이에도 특별한 길을 열어주실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위로가 전도사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남보다 잘 해주지 못하는 것 같지만 더 큰 하나님의 사랑으로 양육하고 있음을, 그리고 예종이와 예준이가 마음껏 배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그 형편을 풀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안에 가득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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