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8> / 힘을 얻고 갑니다
박은자 사모의 이야기 세상 <18> / 힘을 얻고 갑니다
  • cwmonitor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 남편과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함께 공부한 목사님 한 분이 우리 집을 방문하였다. 그 목사님은 시인이기도 한데 몇 년 전 교회를 개척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후 교회가 너무 어려워 택시운전을 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택시운전을 한다는 소식에는 안타까움과 함께 택시운전이라도 하려고 나선 목사님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가 지난 다음 신학교에서 강의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지난해에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박사과정에 입학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오늘 우리 집엘 찾아왔다. 뜻밖에도 그 목사님은 목회를 접고, 화장품 외판을 하면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한 없이 마음이 가라앉고 도무지 기운이 안난다고 했다.

그 목사님은 학부에서부터 신학을 공부하였으니 신학 공부에 있어서 남편의 선배가 된다. 또한 목사 안수도 남편보다 먼저 받았고, 교회 개척도 먼저 했다. 그러나 나이로 보면 남편이 한참 선배다. 그리고 남편은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교회를 개척하고 오늘까지 오직 한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선지 우리 목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 목사님의 마음에 위로와 새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요즘 남편은 교회 개척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반대한다. 개척교회, 정말 고단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척교회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나부터도 개척교회에 갈 생각이 없으니 사람들이 대형교회를 찾아가는 것을 마음아파 할 수 없다. 얼마 전, 높은 뜻 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님 설교를 듣다보니 ‘소도 부빌 언덕이 있어야 부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개척교회 문제를 거론하였다. 동안교회 시절, 일산에 교회를 개척시키면서 대지는 물론 건축과 목회자의 1년분 생활비까지 지급했고, 그 교회가 다시 본 교회 교회당을 건축하는데 1억원을 헌금했다고 한다. 나는 그 설교를 들으면서 김동호 목사님이 개척교회, 혹은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가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일 때가 참 많지 않은가. 그리고는 대단한 것을 준 것처럼 떠들어 대지 않는가. 그래서 도움을 받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김동호 목사님 같은 분은 정말 드물게 특별한 분이시고, 대부분의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재정지원 없이 개척하는 경우가 많다. 부빌 언덕 없이 혼자 지치고, 혼자 외로운 일이 너무 많다. 며칠 전 어느 사모님이 이런 전화를 해 왔다. “남편이 밖에도 나가지 않고 방에만 있네요. 아무 의욕이 없고요. 잘 먹지도 않고요. 기운을 잃었어요. 목회하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고, 제 마음이 너무 아파요.”전화 끝에 그 사모님은 우는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그 날 주머니를 톡톡 털어서 그 목사님 내외분과 자녀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사실 우리도 너무 가난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지쳐서 찾아오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것 같아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대접한다. 오늘 다녀가신 목사님도 이렇게 말했다. “힘을 얻고 갑니다.”그리고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목사님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늪에 빠져있을 때 마다 잡아주시는군요.”
사실 늪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지나고 보면 하나님의 사랑일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늪이 있었기에 우리가 더 간절하게 하나님을 만나고, 그 늪에서 우리를 건지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천사를 보내주시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나도 지칠 때가 있다. 사모를 사표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나야 말로 힘들어도 찾아갈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하나님만 바라보고 있다. 비록 지금은 하나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으신 것 같지만,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상상할 수도 없는 기쁨이 있을 거라고, 하나님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걸어가면 무지개가 찬란하게 뜨는 날도 있을 거라는 소망이 내 안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 가지 소원을 해 본다. 개척을 준비하는 목사님들, 아니 개척교회를 하고 계신 목사님들, 제발이지 생활고는 없었으면 좋겠다. 순전한 기쁨만을 가지고, 순전한 사랑만을 가지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