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려지나
족쇄 풀려지나
  • cwmonitor
  • 승인 2006.10.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을 앞둔 지난 2일, 한국기독교협의회(한기협) 주최로 가진 간담회형식의 한 기자회견장. 초청인사는 20여년간 한국교회 이단으로 묶여있던 서울성락교회 김기동목사. 짧지 않은 세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오다 지금에 와서 그는 과연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것인가.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독교계는 술렁거렸다. 교계입장에서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취재진들의 북새통을 뚫고 연단에 선 김기동목사. “하얀 도포를 걸쳐 입고 머리에 뿔이 달려있다고 생각하셨지요?” 그가 내뱉은 첫 마디는 이단정죄 20년의 세월을 초월한 듯 의미심장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보통교회 보편적인 목사와 다름없으니 편견을 버리고 경청해달라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했다.

신앙입문동기, 신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껏 오직 목회 한길에만 전념해왔다는 목회이야기 등으로 서두를 연 김목사는 이단정죄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간간이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몇 사람이 정치적이고 사적인 이유로 이단으로 정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 정죄가 마치 한국교회 이단의 잣대 인 양 통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한 예로 기독교계 모 월간지(회견서는 실명 밝힘)에서는 80년대 초 꾸준히 해오던 지원이 끊기자 바로 이단연구에 들어가 여러 이유를 들어 이단정죄를 했다는 것. 또 침례교단의 정치적 이유, 개인 간 자리다툼에서 온 잡음 등이 이단정죄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교리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로, 신학적인 문제보다는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이단으로 정죄됐다는 얘기다. 당시 당사자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러한 이유 등이 핵심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중간 중간 “내가 무식하다면 시인한다. 그러나 신앙이 무식하다면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기자회견핵심질문, 억울했다면 그동안 왜 침묵으로 일관해왔나요? “사실을 확인하고 밝히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목회자)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누가 뭐라해도 목회전념이 우선이었다” 지금도 대 교단 등에서 연구자료를 토대로 목사님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정하시나요? “그동안 연구했다는 자료에 대해 해명을 해왔다. 새로울 것이 없다. 아마도 처음에 조사했던 오해되고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 또한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이 직접 나서서 해명할 일이다. 전후 사정없이 너희는 떠들어대라, 우리는 끄떡없다는 식으로 넘겨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 같았다.

35여년간 100여채의 교회건물을 세우고, 십 수만명의 성도를 둔 한 교단의 수장.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정통인지 아닌지는 하나님만이 아실일이지만, 최소한의 사실과 진실만이라도 가감 없이 밝혀져야 되지 않을까.

한기협(회장 성중경목사)은 지난해 서울성락교회와 김기동목사 이단에 대한 공청회를 한 결과, 이단성이 전혀 없었다, 그 후 1년간 재연구한 결과, 뚜렷하게 이단이라고 단정할만한 단서가 없었다고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기협 가입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김기동목사의 이단성시비에 아무런 혐의가 없음을 선포한 자리라 해도 무방하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여전히 신학적인 문제와 옹호성 발언 등으로 잡음이 오갔다. 문제점 지적에 대해 그동안 150여권의 책을 낸 김기동 목사는 책 내용에서 용어선택이나, 표현상의 문제가 있다면 용서해 달라, 그에 대해서는 또 수정하겠다며 열린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간담회는 끝났으나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처음 이단으로 규정한 이단연구가 당사자, 이단으로 받아들인 교단책임자가 나서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짜놓은 틀에 꿰맞춘 ‘마녀사냥’식의 먹잇감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이 떳떳하게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단정죄의 잘못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